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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집 전화밖에 없던 시절, 친구와 통화라도 하려면 먼저 수화기 너머 부모님께 깍듯하게 인사를 해야 했다. “여보세요? 거기 김한국 집인가요? 저는 한국이 친구 ○○인데요….” 공중전화에서 나도 모르게 꾸벅 고개를 숙여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다. 약간은 불편한 마음으로 조마조마하게 신호를 들으며 연습한 인사말이 이젠 추억이 되었다.

요즘 우리들 통화의 첫마디는 ‘어디야?’나 ‘난데, 뭐해?’ 정도이다. 전화 상대방을 알기에 ‘여보세요?’는 어느새 상투적 표현이 되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스무 살 대학생들은 상대방을 둔 소통에서도 인사를 생략한다. 전자우편에도 문자메시지에도 손편지처럼 인간관계가 들어 있다. 쓸 공백이 모자란다거나 급해서 그랬다는 변명을 해 봐도 생채기가 난 인간관계는 송신자의 책임이다. 외국어나 컴퓨터는 서둘러 배웠지만, 우리말 사용법은 익히지 못한 어린 스무 살들은 강의실 앞에서도 슬며시 앞을 막아서며 ‘저기요, 근데요’라고 말한다. 말과 글은 정보 전달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호된 경험을 치른 후 알면 늦지 않겠는가?

영국 어느 중학교의 급식실에서 본 구절이다. “Please.” when asking for something, “Thank you.” when receiving something. Thank you.(부탁할 때는 “Please”라고 하고, 받을 때는 “Thank you”라고 하세요. 고맙습니다.) 빠뜨리지 않고, 고맙다는 말의 본보기를 보였다. 학생들의 전자우편과 한 줄 되묻기에 꼬박꼬박 인사말을 적고 이름으로 마침표를 찍어 회신하다 보면 성숙한 소통으로 바뀌는 이도 있다. 다만, 이것이 스무 살이 되어서 배울 내용인지 그 점이 많이 아쉽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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