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 98% 코로나 진단시약 하루 13만개 생산… 준비된 시스템의 결과

입력
2020.03.16 0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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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후 감염병 분석센터 신설… 질본, 진단 시약 긴급 사용 승인

17일 만에 대량 제조 준비 완료, 4개 업체가 시간 단축 시약 생산

보건당국, 美FDA 정확성 트집에 “언급한 키트 한국선 사용 안 해”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구로구 콜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50명으로 확인된 10일 오후 콜센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 앞 선별진료소에서 건물 입주민 등 관련자들이 바이러스 진단을 받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구로구 콜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50명으로 확인된 10일 오후 콜센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 앞 선별진료소에서 건물 입주민 등 관련자들이 바이러스 진단을 받고 있다. 이한호 기자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균 의심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추적 진단을 통해 효과적으로 감염 확산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평가를 국제사회로부터 듣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해 가장 대처를 잘하고 있는 ‘모범국’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특히 사태가 발발한 1월 중순 이후 26만명 이상에게 광범위한 신종 코로나 검사를 단행한 진단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권계철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은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전담 센터를 만들고 민관이 협력을 해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방역당국의 절치부심이 양분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감염병 전담센터와 긴급사용승인제도 덕분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본은 감염병 진단검사와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감염병 분석센터를 신설했다. 또한 의료기기법 개정을 통해 감염병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내에 허가받은 진단시약이 없을 때 일정 수준으로 개발된 시약을 평가, 한시적으로 승인해주는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도입했다.

감염병 분석센터는 진단검사의학회와 함께 신종 감염병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법이 정확한지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와 국내 검사기관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능력을 평가하는 인증 시스템을 신종 코로나 유행 전 갖추고 있었다.

권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진단 시약은 한 종류뿐이었고, 해당 진단검사법은 질본의 기계에서만 쓸 수 있어 집단감염 상황의 검사량을 감당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된 시스템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집단 폐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인된 순간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 1월 13일 감염병 분석센터와 진단의학회는 사흘전인 10일 중국이 공개한 유전자염기서열을 분석해 새로운 검사법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진단법인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은 검사 난이도가 높고 최종 진단 결과가 나오기까지 24시간이 걸려 빠른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1월 20일,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질본은 검사와 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질본과 보건환경연구소는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으로 국내 의심환자 900명에 대한 검사를 시행했다. 1월 31일부터는 마침내 새로운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eal Time RT-PCR)가 시행되면서 검사 시간이 4분의 1(6시간)로 대폭 줄었다. 질본과 진단검사의학회, 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는 독일이 개발한 분자진단법을 신종코로나에 적용해 PCR 검사법을 구축했다.

한편 민간 기관까지 검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진단시약의 대량 제조가 필요했다. 질본은 1월 27일 진단검사의학회, 국내 진단시약제조업체들과의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를 진단할 수 있는 분자진단시약을 만들어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라’고 밝혔다.

코젠 바이오텍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PCR 진단시약 제품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김수복 코젠 이사는 “이미 진단시약은 완성돼 있던 상태라 바로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해 일주일도 되지 않아 2월 4일 승인을 받았다”며 “개발부터 승인까지 3주가 걸렸는데 통상 임상실험까지 포함하면 1년이 넘게 걸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검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 자유가 크게 침해될 수 있는만큼 정확한 진단을 신속하게 이끌어낼 검사기관의 준비도 중요했다. 진단검사의학회와 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는 검사를 지원한 52개 기관에 대한 검사법 교육과 정확도 평가를 통해 1차 46개소(수탁기관 8개소 포함)를 선정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신종 코로나 진단 현황
[저작권 한국일보]신종 코로나 진단 현황

하루 시약 13만명분 생산 가능… 해외 주문 폭증

이처럼 대량 검사 준비가 마무리되면서 2월 7일 사례정의가 확대됐다. 이날부터 중국 여행 이력이 없어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의심 증상이 있으면 진단 검사를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신종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은 검사비가 무료, 그렇지 않은 경우 검사비는 최대 16만4,400원으로 책정됐다.

권 이사장은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사례정의를 확대한 2월 7일까지 17일안에 진단시약 제조부터 진단검사 비용 책정까지 모든 게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2월 7일 이전에는 하루 3,500명에 불과했던 검사 가능 인원도 대폭 늘어 2월 말 대구 신천지 신자 전수 검사를 하던 시기에는 하루 최대 2만5,000건이 넘는 검사가 이뤄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젠 외에도 진단 시간을 4시간으로 단축시킨 씨젠(2월 12일), 솔젠트ㆍSD바이오(2월 27일)도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총 4개 업체가 진단 시약을 생산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검사량의 10배인 하루 13만 개까지 진단시약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14일 기준 전국 578곳에서 검체 채취가 가능하며, 95개 검사기관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진단검사의학회는 국내 신종 코로나 진단 정확도는 98%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뒤늦게 대량 진단을 준비하는 미국 등 주요국의 상황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권 이사장은 “미국은 신종 코로나 검사를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만 하고 일본도 호흡기 감염병 연구센터 등 몇 군데에서만 검사를 한다. 민간기관이 투입되지 않으면서 검사가 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씨젠 관계자는 “일부 국가에서는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사하는 진단시약을 사용하거나 신종 코로나의 정체가 정확히 파악되기 전 응급 개발한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 식품의약국(FDA)은 의회 서면답변을 통해 11일(현지시간) “한국의 진단키트는 단일 면역글로블린항체 검사를 한다”라며 우리의 진단시스템의 정확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질본은 15일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정부가 인증한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법(RT-PCR) 검사만 확진검사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미국 의회에서 언급된 진단키트는 항체 검사법과 관련된 것으로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내 진단시약 제조업체들에는 해외에서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코젠은 “2월 말부터 급격하게 진단시약 주문이 증가했다”며 “35~40개국 수출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씨젠 역시 “해외 수요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김민호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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