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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코로나19와 단카이세대 
마스크를 쓴 여성이 9일 올림픽 홍보물이 설치된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길거리를 지나치고 있다. 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불거지고 있는 올림픽 연기론을 일본은 여전히 일축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모리 상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같이 TV를 보던 아내가 혼잣말을 했다. 도쿄올림픽 이벤트 행사장에 등장한 모리씨가 코로나19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난 마스크는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모리는 총리를 지냈고 현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 모리 요시로가 맞다. 그는 김대중ㆍ오부치 공동선언의 주인공인 오부치 게이조, ‘헨진(變人·괴짜)’ 고이즈미 준이치로 사이에서 약 1년동안 두 번에 걸쳐 총리를 했다.

오부치는 사망했고, 고이즈미는 정계를 은퇴해 아들인 신지로가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판국인데 모리 이 사람만은 아직 현역이다. 암 투병 신화, 그리고 올해는 도쿄올림픽까지 결부돼 82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온갖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모리 요시로. 한국일보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산 표적으로 떠오른 단카이세대 

코로나19 확산이 짐작되던, 하지만 일본 정부가 아직은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지난달 3일 모리 요시로, 아오키 미키오, 아베 신조 3자의 저녁 모임이 있었다.

올해 만85세인 아오키 미키오는 ‘참의원의 제왕’이라 불렸던 노정객이다. 공식적으론 은퇴했으나 201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아베 총리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며 최측근인 요시다 히로미 참의원 간사장이 이끄는 다케시타 파벌을 이시바 시게루 후보 지지로 돌렸다. 당시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유일한 흥행포인트에 가까웠다.

물론 그날 저녁 회식은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마신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 뒤 ‘포스트 아베’라는 키워드나 여론조사가 공공연하게 등장하고 있는 건 묘한 일이다.

“하여튼 단카이 세대가 문제야.”

며칠 후, 이번엔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하지만 휴교령 때문에 집에만 있는 큰 딸 미우가 태블릿PC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미우가 본 기사는 ‘가나가와 현의 70세 남자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으나 5일 동안 헬스장 등에서 1,406명을 밀접 접촉했고,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집에 가만히 있으면 덧나나?”

미우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권고라는 형식을 빌어 사실상 휴교령을 내렸다. 일본식 행정의 관례인 ‘사전조율(根回し)’ 없이 내각관방실이 갑자기 발표하는 바람에 일선에선 대혼란이 일어났다.

당장 아이가 있는 맞벌이 가정의 불만이 속출했고, 학교는 학교대로 학습일수 결여에 따른 보충일정을 짜야 했다. 이런 류의 장기휴교 대응 매뉴얼은 허술한지 일본 정부도 허둥대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딸, 큰 아들, 작은 아들은 평소 못했던 취미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소프트볼 동아리 소속의, 활동량이 왕성한 큰 아이만 이내 좀이 쑤셨는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학교 가고 싶다, 친구들과 놀러 가고 싶다’며 투덜댔다.

하지만 일본정부의 권고에 따라 외출을 자제하고 집 안 혹은 근처에서만 생활했다. 나름대로 휴교령의 취지를 지켰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저런 기사를 봐 버렸으니 화가 날 만 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며 정신력을 강조하는 80대 모리 전 총리와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근손실을 무서워 더 열심히 헬스장을 다녔다는 70대 남자의 공통점은 고도성장기를 이끈 단카이(団塊) 세대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22일 전직 일본 총리들이 일본 도쿄 왕궁 정전(正殿)에서 열린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참석,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부터 검은 연미복을 입은 사람은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전 총리. 도쿄=연합뉴스
 
 ◇단카이 세대를 향한 불만이 혐오로 

단카이 세대는,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말하지만, 넓게 보자면 70대 이상을 지칭한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활동력이 왕성하다. 무엇보다 경제력이 받쳐준다. 소년기엔 안보투쟁을 보고 자랐고, 고도성장과 전공투(전학공투회의, 일본대학생 운동권 단체)를 동시에 경험했으며, 세계적으로 유례 없던 버블경제를 만끽했다. ‘잃어버린 20년’의 한복판인 2007년 정년퇴직 후 연금생활자로 잘 지내고 있다. 가장 가난한 빙하기 세대가 내는 세금과 연금이, 원래 풍요로웠던 단카이 세대의 노년을 위해 쓰이고 있다는 역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런 거야 사회시스템의 문제니 그렇다 치자. 다만 일선에서 은퇴했다면 공동체에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뭐 그런 걸로 겁을 먹냐?”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본인에 한정해야 한다. 본인은 괜찮다 해도 다른 이들은 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 떠나서 우리 아이만 해도 공동체를 위해, 정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른다. 그런데 세상물정 알만한 노인들이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실제 최근 공개되고 있는 일본 내 확진자 동선에선 ‘70대들의 만행’이 눈에 띈다.

증상이 생기면 일단 자가격리를 하라는데도 왜 그리도 왕성하게 돌아다니는 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유전자검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이 사태를 안일하게 여긴 일본 정부이긴 하다. 하지만 3월부터는 일본 정부도 심각성을 깨닫고 외부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니, 그 뒤로 알아서들 대규모 모임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집에만 있어 지겨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주일 만에 외식을 나가보니 식당 한 귀퉁이에 왁자지껄 떠드는 이들은 딱 봐도 단카이 세대로 보이는 노인들이다. 본능적으로 미우를 쳐다봤더니 미우도 이미 그쪽을 보고 있었다.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정말 네 말마따나 단카이 세대가 협조를 안 해주는 것 같네.” 그런데 의외로 미우는 “오늘은 굳이 꼭 그렇게만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우리도 외식하러 나왔으니까 피차일반이잖아.”

며칠 전 아내와 딸이 하는 말, SNS 등에 올라오는 세대 혐오의 비아냥 등을 접하면서 어느새 그런 말에 넘어가려던 나를 구해 주는 말이었다.

하긴 단카이 세대가 무슨 잘못이겠는가. 미우 또래 10대 아이들도 휴교령에도 시부야, 하라주쿠 등 번화가에 모인다. 아이치현의 50대 확진자는 바이러스를 유포하기 위해 여러 곳을 일부러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상대적으로’ 뭉치기 좋아하고 활동적인 단카이 세대의 문화가, 다른 세대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결합돼 혐오를 가중시키는 것일 뿐이다.

지난 6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 모니터에 일본 오사카행 결항 정보가 표시돼 있다. 전날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서 들어오는 이들을 2주간 격리하는 등의 대책을 양국 정부와 상의없이 일방 발표했다. 연합뉴스
 ◇시스템 무너뜨리는 ‘관저정치’ 근절돼야 

오히려 단카이 세대보다 더 위에 있는 노정객들이 아직도 현역인 것 마냥, ‘포스트 아베’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건 좀 심각하다. 이는 아베 총리가 2012년 취임 뒤 강화한 ‘내각관방실 중심의 관저 정치’의 폐해이기도 하다.

최근 심은경이 주연한 일본영화 ‘신문기자’가 일본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심은경은 일본신문 여기자로 등장해 정권의 스캔들을 파헤친다. 원래 일본 여배우가 출연해야 하는데 누가 봐도 아베정권 최대 스캔들인 가케학원을 다루는 내용이라 다들 기피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심은경이 맡았다.

영화의 주요 설정 중 하나인 내각정보조사실은 바로 내각관방실 산하기관으로 관저정치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내각관방실의 직원은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2012년 300명이었다가 지금은 1,2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일 휴교령이 내려지자 문부과학성이, 그리고 5일 중국과 한국 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가 떨어졌을 때는 후생노동성이 가장 당황했다고 전해진다. 실무 부처들은 아베 총리가 발표하기 전까지 아예 몰랐던 것 같다. 특히 후생노동성은 한국의 보건복지부로부터 진단키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던 중이었다.

부처와의 사전 조율 없이 내각관방실이 치고 나가는 관저 정치는 카리스마와 실행력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하지만 지금 아베 내각에 그것을 바라긴 힘들다. 한일관계의 근본적 개선도 아베 총리가 있는 한 불가능하다. 이래저래 견디고 또 버텨나가는 수 밖에 없다.

 박철현 작가는 중앙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후 2001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저널리스트를 비롯해 게임플래너, 술집 주인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다 현재는 인테리어 업체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네 명의 아이를 뒀다. 일본 생활 이야기를 담은 ‘일본 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어른은 어떻게 돼’ ‘이렇게 살아도 돼’ 같은 에세이를 냈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을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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