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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행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고 있다. 뉴스1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체감하도록 한 것은 아마도 ‘마스크 대란’이 아닐까 싶다. 이에 덩달아 ‘사재기’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재기는 ‘사서 재어놓는다’라는 뜻이니 엄밀히 따지면 한자어로는 매점(買占)에만 해당하지만, 이제는 뜻이 확장되어 매점매석(買占賣惜)에 대해서도 사재기라 한다.

‘매점’은 왕창 사들인다는 뜻이고 ‘매석’은 아껴 판다는 뜻이다. 즉 재화를 대량으로 매입해서 시장가격을 높게 만든 후 그 가격을 유지하거나 상승시킬 수 있는 수준의 양만 판매하여 부당한 이익을 노리는 것이다. 매점과 매석은 목적상 한몸이므로 매점매석에 대해서 그냥 사재기라 하는 것이 이상하진 않다.

‘사재기’는 성공적으로 한자어를 대체한 사례에 해당한다. 사재기라는 표현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70년대 초부터인데 그땐 ‘사재기(매점)’로 병기되다가 70년대 중후반부터는 사재기가 홀로 쓰이면서 ‘매점’은 오히려 낡은 말이 되었다. 이런 성공적인 사례로는 새내기(신입생), 동아리(서클/동호회), 모둠(소모임)이 있고 최근에는 ‘댓글(리플라이/코멘트)’이 있다. 성공한 사례들의 특징은 번역이 억지스럽지 않고, 발음하기 좋으며, 고유어의 아름다움이 잘 살아있다는 점이다. 사재기는 이에 덧붙여 말 자체가 행동을 잘 연상시키기 때문에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투기 세력들의 사재기 성공 여부는 불확실해졌다. 정부의 마스크 대책이 성공하게 되면 이들은 그동안 사잰 마스크를 투매해야 할 테니 ‘매점’에는 성공했지만 ‘매석’에는 실패하게 된다. ‘투매’의 고유어는 ‘막 팔기’이다. 모든 국민은 그들이 실패하여 막 팔기를 고대하고 있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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