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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의 ‘소재 미스터리’ 
 선박=영국, 선사=미국…일본 “코로나19 확진자 일본 환자 아니다” 버티기 
11일 대형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접안해 있는 요코하마항에 일본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13일 하루에만 44명의 감염자가 추가 발생하면서 선내 감염자는 21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전날에도 39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빠른 속도로 감염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일본 정부는 80세 이상 노인과 지병을 갖고 있는 승객 등을 우선적으로 하선시키겠다고 밝혔죠. 하지만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앞서 일본 정부는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긴커녕 크루즈와 선 긋기에 급급했거든요. 발병 사태가 발생한 곳이 공해(公海)여서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죠.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에 선내 감염자를 일본 국내 감염자 수에 포함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WHO는 일본의 요청대로 코로나19 현황을 다룬 일일 보고서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내 확진자들을 일본이 아닌 기타 지역으로 분류하며 ‘국제운송수단’으로 표기했어요. 물론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닙니다. 국제법상 크루즈는 일종의 치외법권이 적용됩니다. 선박이나 항공기에도 국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당 국가의 관할권이 미치는 건 선박이 공해에 있을 때 해당합니다.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한 채 격리돼 있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내 승객들이 9일 손을 흔들고 있다. 요코하마=EPA연합뉴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일본 내 항구에 정박 중이죠. 코로나19와 관련한 조치도 일본에서 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승객들은 현재 일본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엄밀히 말하면 ‘입국’이 되기 전까진 공식적으로 일본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항이나 항구를 이용해 출입국을 할 때 반드시 거치는 수속 과정을 CIQ라고 하는데요, 세관검사(Customs), 출입국관리(Immigration), 검역(Quarantine) 세 가지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크루즈 승객들은 항만 출입국 대를 통과하기는커녕 배 안에 격리 중이죠? 아직 일본 입국 절차를 밟기 전이라는 의미입니다. 승객들이 하선해 입국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일본에 정식으로 입국한 셈이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승객들은 대체 어느 나라 관할권에 있는 걸까요? 일각에서는 해당 크루즈를 영국 국적이라고 소개하기도, 일각에서는 미국 국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선적, 크루즈의 국적 자체는 ‘영국’입니다. 선박의 등록지가 영국령인 버뮤다이기 때문입니다. 프린세스 다이아몬드에는 영국 국기가 꽂혀있다고 하죠.

다만 내부 운영 시스템은 미국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해요. 결제도 영국 화폐인 파운드가 아닌 달러를 이용하고 있어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프린세스 크루즈’라는 미국 회사에 소속된 배이기 때문입니다. 선사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 크루즈의 국적을 두고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아무리 영국 국적의 선박이어도 승객들이 영국의 관할권 내에 있다거나 영국 영토에 있다고 표현하기는 무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집단 발병 사태를 두고 미국 선사와 일본 보건당국, WHO가 협력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르면 오늘 중 일부 승객들이 하선할 예정인데요. 승객들이 하선한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선내 확진자들, 특히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승객들은 일본 확진자로 분류가 될까요? 일본이 이번엔 어떤 입장을 보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의 영향권이든, 어느 국적이든 무엇보다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진정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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