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서 중국인 남성 쓰러져” 가짜 ‘우한 괴담’ 난무

입력
2020.01.28 06:41
수정
2020.01.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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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수서역에서 귀경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플랫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수서역에서 귀경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플랫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폐렴 집단 발병사태를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으로 국내에서 확진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검증되지 않은 ‘괴담’이 퍼지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7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방금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중국인 쓰러졌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삽시간에 SNS를 통해 퍼졌다. 이 게시글에는 지하철역에 쓰러진 남성을 두 사람이 일으키려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함께 올라왔는데 방금 일어난 일이라며 쓰러진 남성이 중국인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철역에서 쓰러졌다는 중국인은 취객으로 우한 폐렴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3번째 확진자인 54세 한국인 남성 A씨가 ‘경기 고양의 한 대형 쇼핑몰을 다녀갔다’는 소문도 이 지역 인터넷 카페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유포되기도 했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이 환자가 해당 쇼핑몰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과 제주도에서는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괴담이 돌았다. 한 지역 커뮤니티 페이지에서 올라온 ‘인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자 나왔다고 하는데’라는 글에는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공유됐지만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제주도에서는 서귀포의료원에 확진 환자가 발생해 병원을 폐쇄했다는 소문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확산됐지만 모두 유언비어로 밝혀졌다.

국내뿐만이 아니었다. 설 연휴 기간 유튜브 등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에는 우한 폐렴 관련 다양한 동영상이 게시됐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거리에서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의료진으로 보이는 인물이 진료 도중 쓰러지는 모습, 환자로 인산인해를 이룬 병원 등이 담겨 있었다. 이 중 실제 상황으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검증되지 않은 영상들이다.

정부는 루머 진화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사례를 중점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사실과 거리가 먼 우한 폐렴 정보를 담은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 조치하고 포털 사이트에 확산 방지 협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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