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껌으로 시작한 ‘유통 거인’ 신격호 별세… 창업 1세대 막내리다

입력
2020.01.19 20:50
수정
2020.01.19 20:5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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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창업주, 99세로 별세… 두 아들 경영권 분쟁에 말년 얼룩

신격호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
신격호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4시3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1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건강 이상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전날 밤부터 병세 악화로 중환자실에 옮겨진 가운데 이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재계를 이끌었던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1세대 경영인들은 1970년대 조선과 건설, 중공업, 유통 등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설립에 나서면서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도 이끌어냈다.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은 각각 1987년, 2001년 별세했다. 구인회 회장은 1969년, 최종현 회장은 1998년 세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의 장례는 그룹장으로 진행되고 명예장례위원장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장례위원장은 롯데지주 황각규, 송용덕 대표이사가 맡을 예정이다.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낸 신 명예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평가 받는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 수완과 남다른 성실성이 그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독단적으로 전권을 휘두르는 이른바 ‘황제 경영’, ‘손가락 경영’ 등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또 소유와 경영을 동일하게 본 신 명예회장 특유의 경영 방식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까지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재계에선 신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에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롯데그룹 경영권의 향배를 가늠할 일본 롯데의 주주들이 현재 신 회장에 대해 큰 신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롯데그룹은 신 회장을 중심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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