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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양일괄법은 국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주기 위해 개정되어야 하는 법률들을 하나의 법률에 모아 동시에 개정한 법이다. 자치분권 역사 속에서 이번 법 제정은 지방자치권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제도적 틀을 만든 계기로 기록될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관련법이 제정되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민생법안 중 하나인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부터 추진한 지 16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라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제도화에 새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자치분권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이양일괄법은 국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주기 위해 개정되어야 하는 법률들을 하나의 법률에 모아 동시에 개정한 법이다. 지방분권과 관련된 일괄법의 형식은 일본이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해 총 475개에 걸친 관련 법률을 개정한 이래 2018년 6월까지 제8차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해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법률 제정으로 16개 중앙부처 소관 46개 법률에 해당하는 400개 사무가 지방에 한꺼번에 이양되고 2021년부터 시행된다. 국회를 통과한 지방이양일괄법의 공식 명칭은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46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으로 좀 복잡하다.

이번 법 통과로 해양수산부가 가지고 있던 지방관리항 항만시설의 개발 및 운영권한 등 항만법상 지방관리항 관련 41개 사무가 국가에서 시‧도로 이양된다. 해양수산부가 갖고 있는 전국 60개 항만 가운데 태안항, 통영항 등 17개 무역항과 진도항, 대천항 등 18개 연안항을 포함한 총 35개 항만시설의 개발권과 운영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수행하던 지역 내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초과이익에 대한 개발부담금 부과와 관련한 20개 사무는 시군구로,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던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등록 등 9개 사무도 시‧도로 넘어가게 된다. 이를 통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행정과 주민 수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짐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치분권 역사 속에서 이번 법 제정은 지방자치권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제도적 틀을 만든 계기로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이양일괄법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로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와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이양받은 사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과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방 이양에 따른 지방이양평가 전문위원회(가칭)를 운영하며 지방 이양에 따른 재정과 인력 수요를 뒷받침하게 된다.

자치분권위원회는 이번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계기로 지역이 가진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성과를 디딤돌 삼아 제2차, 제3차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고, 이는 저출생‧고령화 시대를 헤쳐갈 수 있는 지방경쟁력 강화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법안이 여야 합의로 제정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지방 이양 사무를 결정했지만 일괄 이양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행히 2018년 여야 간 합의로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관 상임위원회로 합의함에 따라 지난해 11월 말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사위원회를 통과하게 되었다.

당초 571개 지방이양사무를 담은 지방이양일괄법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 검토를 거치면서 400개 사무로 줄긴 했지만, 이번 첫걸음을 계기로 자치분권 법제화가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30여년 만에 개정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획기적인 자치 분권을 이룰 수 있는 법안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자치경찰법안도 국회에 제출된 만큼 조속한 논의를 통해 국회 통과를 기대해 본다. 희망찬 새해를 맞아 2020년이 자치분권 법제화 원년이 되도록 모두의 관심도 필요하다.

정정화 한국지방자치학회장ㆍ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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