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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경찰의 최루가스 진압에 맞서 꽃을 흔들며 저항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실을 숨기려 거짓말했다는 비판을 적극 부인했다. 여객기 추락 초기 정부가 격추 사실을 은폐한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터져나오며 반(反)미 여론이 반정부 여론으로 돌아서자 황급히 수습에 나선 것이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그대로 말하면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며 “거짓말이란 진실을 의식적, 의도적으로 꾸며내는 것인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8일 여객기 추락 직후 기계적 결함이 원인이라고 단언했다가 미국과 캐나다 등 외부에서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제시되면서 11일 미사일 격추를 인정했다.

이날 이란 정부는 미사일 격추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확인하자마자 진실을 밝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라비에이 대변인은 “사고 이튿날인 9일 ‘미사일 격추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정부 관리가 미사일 격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10일 저녁쯤 군 합동참모본부가 조사 결과를 보고했고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미사일 격추를 확인하자마자 사실 그대로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며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대공 사령관도 정직한 자세로 책임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를 인정한 뒤 이란 내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12일에는 17개 주(州)에서 희생자 추모를 겸한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고, 13일에도 테헤란과 이스파한의 대학교 앞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이례적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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