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그 간단한 띄어쓰기?

입력
2020.01.08 04:40
29면
‘저는 노래를 못해요.’라고 쓰면 내가 음치라는 표현이 되지만 ‘저는 노래를 못 해요.’라고 쓰면 내가 노래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표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저는 노래를 못해요.’라고 쓰면 내가 음치라는 표현이 되지만 ‘저는 노래를 못 해요.’라고 쓰면 내가 노래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표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립국어원에 들어오는 질문 중에는 띄어쓰기와 관련한 것들이 많다. 띄어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텐데, 한글 맞춤법 띄어쓰기 규정의 요지는 “각 단어는 띄어 쓰되 조사는 붙여 쓴다.”이다. 나머지는 붙여쓰기가 허용되는 세부 규정인지라 결국 ‘조사를 제외한 모든 단어는 띄어 쓰면 아무런 문제 없다’라는 간단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 간단한 규정을 알아도 띄어쓰기가 여전히 어려운 이유는 고민의 대상이 단어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사전을 가까이 두고 정체를 캐내어야 하는데 이런 번거로움 때문인지, 그것이 의미 구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우리는 띄어쓰기 오류에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글을 쓰다 보면 띄어쓰기 하나로 의미가 갈리는 예들이 적지 않다. ‘노래를 못해요’와 ‘노래를 못 해요’는 띄어쓰기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노래를 못하는 것’은 음치라는 의미이고 ‘노래를 못 하는 것’은 어떤 사정이 있어서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못하다’는 어떤 수준에 미달함을 뜻하는 단어이고 부사 ‘못’은 뭔가를 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래를 못 해요’의 다른 표현인 ‘노래를 하지 못해요’는 붙여 쓴다. 단어의 뜻뿐 아니라 문장의 구조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못하다’는 전체가 보조동사로 쓰여 앞의 동사 ‘하지’를 보충하며 ‘-지 못하다’의 꼴로 항상 붙여 쓴다.

‘저는 노래를 못해요.’라고 쓰면 내가 음치라는 표현이 되지만 ‘저는 노래를 못 해요.’라고 쓰면 내가 노래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표현한다. 이렇게 나는 띄어쓰기 하나로 음치도 되고 ‘노래를 못 할 사정이 생겨 노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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