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서 괴롭힘 당한 당신, 너무 착할 필요 없어요…참지 마세요”

입력
2019.12.28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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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갑질119’ 노무사ㆍ변호사의 조언] 

 갑질 피해 땐 신고가 가장 중요, 혼자 고민 말고 동료와 연대해야 

직장갑질119의 스탭으로 참여하는 조윤희 노무사(왼쪽)와 신예지 변호사. 지난 19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인터뷰에 나선 이들은 이날 서로 처음 만난 사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통해 업무를 분담하며 ‘점조직’처럼 일하기 때문이다. 박소영 기자
직장갑질119의 스탭으로 참여하는 조윤희 노무사(왼쪽)와 신예지 변호사. 지난 19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인터뷰에 나선 이들은 이날 서로 처음 만난 사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통해 업무를 분담하며 ‘점조직’처럼 일하기 때문이다. 박소영 기자

노동인권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매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 상사의 폭언, 갑작스런 해고, 술자리 강요 등 직장 갑질 피해자들이 이 곳의 문을 두드린다.

2017년 11월 상담 창구를 연 뒤 지금까지 쌓인 상담건수만 4만여건에 달한다. 카카오톡, 이메일,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지금도 하루 평균 80~100건의 상담이 들어온다. 노무사와 변호사, 노동전문가 등 120여명이 피해자들의 호소에 대응한다. 시간을 쪼개 ‘재능 연대’를 실천하는 전문가들은 직장 내 ‘을’들의 버팀목이다.

법무법인 ‘여는’의 조윤희(29) 노무사와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의 신예지(32) 변호사도 직장갑질119에서 상담을 맡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 19일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채팅방에서 1시간 반 동안 수십 건의 문의에 대해 다면상담을 진행하고, 세세한 사연이 담긴 이메일 상담은 더욱 정성 들여 답변한다.

두 사람은 직장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례가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특히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노무사는 “휴일이랑 퇴근 후에 송년회 장기자랑을 준비하라며 춤 연습을 강요한 사례가 있었다. 그 회사는 회식에 불참하면 시말서까지 쓰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신 변호사는 회사에 신고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신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괴롭힘 금지법에서도 회사가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통화녹음이나 메모 등은 사건 정황과 일치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증거수집도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특히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혼자 고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조 노무사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문제인 만큼 동료의 지지와 지원,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도 “피해자가 너무 착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참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ㆍ산업안전보건법ㆍ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사측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줬을 때만 처벌 규정이 있고, 괴롭힘을 조사하지 않거나, 피해자 보호조치 또는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엔 처벌 규정이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조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발적 이직을 실업급여 수급 사유로 인정받게 하는 방안이 아직 입법화되지 않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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