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모두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자”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래스101

입력
2019.12.23 04:40
수정
2019.12.2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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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고지연 대표 “평등을 위해 모든 직원이 서로 반말”

요즘 인터넷으로 무엇인가 배우려는 10,20대들에게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교육기술(에듀테크) 분야의 신생(스타트업) 기업 클래스101이다. 지난해 3월에 시작한 이 곳은 각 분야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각종 기술과 방법 등을 인터넷을 통해 영상으로 가르치는 교육용 플랫폼을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로 제공한다. 앱을 내려 받은 사람이 100만명 이상이다.

이용자는 ‘클래스101’ 앱을 설치한 뒤 배우려는 영상을 선택해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배울 수 있는 분야는 코바늘부터 가야금, 폴 댄스, 요가, 수채화, 가죽 공예, 홈카페, 마술 등 다양하다. 고지연(25) 대표는 “영어 회화부터 폴 댄스까지 460가지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고지연 클래스101 대표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클래스101의 목표"라고 밝혔다. 박형기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고지연 클래스101 대표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클래스101의 목표"라고 밝혔다. 박형기 인턴기자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플랫폼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교습용 영상 제작자로 나섰다. 외식 사업으로 유명한 방송인 홍석천, 마술사 최현우, 격투기 선수 김동현, 유명 유튜브 영상제작자 대도서관 등 유명인부터 부업으로 나선 가정주부와 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과 기술, 비법 등을 영상으로 전수한다. ‘실패를 줄이는 외식업’ ‘100만 구독자를 만드는 유튜브 채널 비법’ ‘매출로 이어지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방법’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사진의 모든 것’ 등 주제도 다양하다. 이렇게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400여명에 이른다.

클래스101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학습에 필요한 도구까지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야금을 배우고 싶어 신청하면 유명 장인이 만드는 200만원대 가야금까지 앱으로 구입할 수 있다. 폴 댄스의 경우 폴을 주문하면 영상으로 설치방법까지 알려준다.

여기에 강사와 학생들이 직접 소통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학습 과정에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댓글로 물어보고 강사가 바로 답을 해준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 영상 등도 댓글에 붙일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메신저 서비스 등으로 빠져 나올 필요 없이 편하게 클래스101 앱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 고 대표는 “모든 교습에 필요한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용료는 강의마다 다르지만 최대 5개월 수강 기간을 기준으로 평균 25만원 정도 든다. 월 4만원 꼴인 셈이다. 한 번 결제하면 수강 기간 내 횟수에 상관없이 영상을 재생하며 배울 수 있다.

클래스101은 강의료를 받아 강사와 절반씩 나눠 매출을 올린다. 고 대표는 “운영을 위해 투입되는 인력이 많고 강의를 알리기 위한 판촉(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며 “경쟁사들에 비해 강사들에게 수익을 많이 배분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클래스101에 따르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강사는 1억4,000만원을 받았다. 고 대표는 “처음 강의를 개설하고 첫 달 정산 수익이 평균 600만원”이라며 “보통 강사들과 3년 계약을 주로 맺는다”고 말했다.

일부 강사들은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얻는 광고 수익보다 많은 돈을 벌면서 아예 회사를 차리거나 전용 공방 등 작업장을 차리기도 했다. 천세희(44) 부대표는 “클래스101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며 “클래스101을 통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클래스101에 강의 영상을 올리려면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 대표는 “나이, 성별, 직업이나 주제를 제한하지 않지만 소비자, 즉 시장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내부 마케팅 데이터텀에서 1주일 동안 가수요 조사를 해 3년 동안 꾸준히 팔릴 아이템이라면 강좌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수요는 있으나 수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주제는 강좌 개설이 유보된다.

즉 클래스101은 지속 소비가 가능한 롱테일 경제를 추구한다. 천 부대표는 “강좌를 개설하고 연금처럼 매달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 좋다”며 “돈 벌 수 있는 경우에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는 것이 방침”이라고 거들었다. 개중에 돈을 벌지 않아도 좋으니 영상 강좌를 개설하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방침과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래서 고 대표는 클래스101을 “개인의 재능을 상품화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반 기술을 이용해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돈 벌 수 있는 롱테일 경제학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풀이했다.

주 52시간 노동제하고도 잘 맞는다. 고 대표는 “주 52시간 일하게 되면서 더 배우거나 더 놀 수 있게 됐다”며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시대가 열렸고 이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클래스101의 고지연 대표와 직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의 위워크센터 내 사무실에서 반말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회의를 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클래스101의 고지연 대표와 직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의 위워크센터 내 사무실에서 반말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회의를 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사장부터 직원까지 모두 반말 사용

클래스101은 사업만큼이나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대표부터 막내 직원까지 나이와 직책에 상관없이 모두 반말, 즉 평어를 사용한다. 호칭은 각자 별명을 부른다. 명함에 별명이 적혀 있는데 고 대표는 몽드, 천 부대표는 벨라라고 부른다.

반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상호 존중에 입각해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천 부대표는 “직원끼리 서로 소통할 일이 많은데 존대를 사용하면 격식을 갖추느라 주저하게 된다”며 “평어는 그런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회의 때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 대표와 부대표의 생각에 반대하는 의견도 곧잘 쏟아진다. 천 부대표는 “직원들로부터 하루에 여러 번 반대 의견을 듣는다”며 “반말은 감정이 실리지 않고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직급도 없다. 대표, 부대표 외에 다른 회사 팀장에 해당하는 ‘리드’라는 직책만 존재한다. 리드들이 모이는 리드 그룹이 매달 회사 목표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업무를 실무에서 판단해 결정하고 처리한다. 천 부대표는 “이 과정에서 실패도 많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실패가 회사와 직원들의 역량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뛰기 위해서는 많이 넘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용도 독특하다. 자리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면 뽑는다. 고 대표는 “일단 뽑아 놓으면 할 일이 생긴다”며 “일반 기업에서는 황당한 일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사업을 키웠고 매달 직원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철학은 세상 사람들 모두 각자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고 대표는 “각자 사랑하는 일을 한다면 모두가 크리에이터”라며 “클래스101은 그들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클래스101의 고주희(오른쪽) 대표와 천세희 부대표는 20년 나이 차이를 건너 뛰어 친구처럼 편하게 회사를 이끌어 간다. 클래스101 제공
클래스101의 고주희(오른쪽) 대표와 천세희 부대표는 20년 나이 차이를 건너 뛰어 친구처럼 편하게 회사를 이끌어 간다. 클래스101 제공

◇”10,20대를 위한 콘텐츠를 40대가 결정하면 안 돼”

원래 클래스101의 모태는 울산과학기술원 학생 8명이 창업한 페달링이라는 교내 스타트업이다. 대학생들의 과외 알선을 목적으로 만든 페달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를 지금의 클래스101로 전환했다.

고 대표도 울산과기원에서 인간공학과 재무회계를 전공하는 재학생이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상태에서 용돈을 벌려고 페달링에서 과외 선생 면접을 봤는데 의기투합해 직원이 됐다. 그는 “창업자들이 모두 개발자여서 경영을 아는 사람이 없어 운영 업무를 맡기로 하고 입사했다”며 “자연스럽게 올해 초 대표가 됐다”고 말했다.

1994년생 고 대표와 호흡을 맞추게 된 94학번의 천 부대표는 사내 두 명뿐인 40대 중 한 사람이다. 약 100명의 직원 대부분이 20대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대기업인 대우증권에서 3년간 일했다. 이후 고객관리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2005년 네이버에 합류했다. 네이버에서 7년 동안 커뮤니티 서비스와 검색광고 등 주요 사업을 담당하다가 한국맥도날드를 거쳐 2013년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로 옮겼다.

그곳에서 2년간 조직 운영업무를 한 그는 고 대표의 제안으로 경영 자문을 하다가 올해 아예 직원이 됐다. 천 부대표는 “젊은 친구들에게 부족한 경험과 연륜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과 네이버, 우아한형제들에서 경험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녹여 넣겠다”고 밝혔다.

천 부대표는 클래스101의 장점을 실행력과 젊은 기업 문화에서 찾았다. 그는 “10, 20대를 겨냥한 서비스를 40대가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10, 20대를 위한 콘텐츠를 20대가 결정하는 것이 클래스101의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스로 “콘텐츠에 대한 판단만큼은 젊은 친구들을 따라가기 힘들다”며 “결론을 내는 사람이 아닌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나의 위치”라고 언급했다.

천 부대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애드 온 아이디어’라고 꼽았다. 그는 “클래스101은 아이디어의 주인이 따로 없다”며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여러 사람이 계속 아이디어를 보태서(애드 온) 새로운 서비스로 발전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도 애드 온 아이디어를 따라가기 힘들어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

클래스101은 투자도 충분히 받았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주도로 12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그래서 고 대표는 “이제 충분하다”며 “당분간 추가 투자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년 목표는 더 많은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다. 고 대표는 “우리는 매출이 목표가 아니라 더 많은 이용자와 그들의 경험이 중요하다”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스101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년 계획을 밝혔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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