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굴욕… 하원서 탄핵된 세번째 美 대통령

입력
2019.12.19 16:23
수정
2019.12.19 20: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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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파적 투표로 하원 탄핵안 가결, 트럼프 “민주당 미쳤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선 부결 전망… 대선 구도 요동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ㆍ캘리포니아)이 18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 혐의와 관련된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ㆍ캘리포니아)이 18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 혐의와 관련된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는 부결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에서 탄핵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1년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구도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이날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본회의에서 공화ㆍ민주 양당은 6시간이 넘는 마라톤 찬반 토론 후 표결에 돌입했다. 재적 431명 중 427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권력남용 안건은 찬성 230표로, 의회 방해 안건은 찬성 229표로 각각 가결됐다. 반대는 각각 197표, 198표였다. 하원 민주당 233석과 공화당 197석이 극명한 당파적 투표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차 방문한 미시간주 배틀크리크에서 탄핵안 통과에 대해 “의회의 급진좌파들은 질투와 증오,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그들은 미쳤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무법적이고 당파적인 탄핵은 민주당의 정치적 자살행진”이라고 주장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민주당은 오늘 공화당으로부터 단 1표도 얻지 못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는데도 하원에서 불법적인 대통령 탄핵안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안 가결 직후 “오늘은 헌법을 위해서는 위대한 날이지만 미국에는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뒷받침하듯 펠로시 의장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로빈 켈리(일리노이) 의원 등은 장례식장에 참석하듯 ‘올 블랙’ 패션으로 출석했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안의 상원 송부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그간 탄핵 절차를 최대한 빨리 매듭짓겠다고 공언해왔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강행함에 따라 정치권의 갈등은 더욱 가팔라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질 논란과 함께 공화ㆍ민주 양당의 여론전이 격화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실상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 대선 구도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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