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전쟁 끝나자... 더 큰 ‘패트 전투’

입력
2019.12.10 19:00
수정
2019.12.10 21:3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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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협의체, 비례대표 연동률 50% 등 큰 틀 합의… 한국당 참여땐 상황 급변

김관영(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여야 4+1 선거법 협의체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영(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여야 4+1 선거법 협의체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처리를 놓고 충돌한 여야가 본게임 격인 ‘패스트트랙 전투’를 시작한다. 여야는 ‘패스트트랙 법안’이라고 불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쟁점 법안의 국회 처리 시점을 ‘임시국회 이후’로 미뤄 둔 상태다. 임시국회는 이론적으로 12월 내내 열 수 있다. 10일 예산안 처리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를 단속하고 공조 위력을 확인한 민주당은 선거법 등 처리에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4+1’ 협의체는 선거법과 관련해 ‘250(지역구 의석) 대 50(비례대표 의석), 연동률 50% 적용’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지난 4월 이들이 도출한 원안(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에서 다소 후퇴한 것이다. 또 전체 비례대표 의석의 50%에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선거제 개혁’의 취지에선 한 발 물러선 선택이다.

민주당은 협상 과정에서 ‘연동률 하향 조정’을 제시했으나, 군소 야당들의 반대로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연동률은 총선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를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기준이다. 연동률이 낮아질수록 군소 야당, 특히 정의당의 비례대표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다.

한국당은 연동제 자체에 반대한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여지를 두고자 연동률을 30~40%까지 낮추거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례대표 의석의 절반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군소 야당들의 반발에 일단 연동률 50%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한국당과의 선거법 내용 협상 과정에서 다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남아 있다.

평화당과 대안신당 등 호남 및 농어촌 지역구 의석수에 존폐가 걸린 군소 정당들을 위해 총선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을 ‘2018년 1월’로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을 인구 기준으로 삼도록 명시돼 있어, 내년 총선 지역구 획정 기준일은 2019년 1월이 된다. 획정 기준일을 1년 정도 앞당기면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전남 여수와 전북 익산 등 호남 지역구 상당 수는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전남 여수는 이용주(갑ㆍ대안신당)ㆍ주승용(을ㆍ바른미래당) 의원이, 전북 익산은 이춘석(갑ㆍ민주당)ㆍ조배숙(을ㆍ대안신당) 의원이 지역구를 맡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이 막판 협상 테이블에 들어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당은 범여권 정당들의 몸집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4+1’ 협의체의 잠정 합의안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총선 게임의 룰을 제1야당 없이 처리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민주당이 한국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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