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at] 이번엔 크리스마스? 북한이 미국에 보낼 ‘선물’은...

입력
2019.1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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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기념일마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도발했던 北 

 북미관계 개선되며 미군 유해 송환하기도…이번엔 어떻게 될까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

북한이 또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3일 공개한 리태영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명의 담화 중 일부인데요. 지지부진한 북미협상 국면에서 해를 넘길 때까지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무시무시한 선물을 발송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북한이 즐겨 쓰는 표현인 선물. 본래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지만 어쩐지 이 단어가 살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는 기념일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대체로 그 선물은 미사일 발사 또는 핵실험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에도 북한은 미국에 선물을 보냈습니다. 그것도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말이죠. 북한이 쏘아 올린 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북한은 할 일이 그렇게 없나”라고 비꼬자, 이튿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바로 “미국이 ‘독립절’에 받은 선물 보따리를 썩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주자”고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을 각별히 더 챙기는 듯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6년 230번째 독립기념일에도 선물을 뿌린 적이 있거든요. 이날은 특히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되는 날이었는데요. 심지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간이 디스커버리호 발사 시간과 겹치면서 우주왕복선 발사 성공 소식을 뒷전으로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에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불꽃놀이를 벌인 셈이 됐다”는 농담도 나왔다고 하네요. 미국 독립기념일이 원래 불꽃놀이로 유명하거든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날 부인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날 부인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다. 연합뉴스

이처럼 북한은 미국인들이 들뜨거나 즐거운 분위기일 휴일이나 주말에 예상치 못한 도발을 선물로 주며 산통을 깨는 일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1차 핵실험을 벌인 2006년 10월 9일은 미국 휴일인 ‘콜럼버스데이’, 2차 핵실험을 진행했던 2009년 5월 25일은 한국으로 치면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데이’였죠. 선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일까요? 이쯤 되면 북한이 미국을 자극할 도발 날짜 선정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듯합니다.

이렇게 정성 들여 기념일을 챙기는 북한이다 보니, 이제 미국도 기념일이 되면 자연스레 긴장하게 될 법합니다. 지난달 28일 북한은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 추정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또 발사했는데요.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 바로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입니다. 미국 방송 CNN은 이날 북한의 발사를 두고 “추수감사절 메시지”라 먼저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항상 무서운 선물만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해서는 미사일이나 핵실험이 아닌, 6ㆍ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을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미군 유해 55구는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로켓을 발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017년 9월 유엔총회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처음 호칭하면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뒤 2년여 만에 ‘로켓맨’ 표현을 쓰면서 북미관계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북한의 선물이 부디 평화의 선물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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