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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10월 14일 오후 다섯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의붓아들 살해혐의로 추가 기소된 고유정(36)이 사건 발생 추정 시간대에 깨어있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의붓아들이 숨질 당시 자고 있었다는 고유정의 기존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고씨는 또 평소 현 남편과 있을 때는 의붓아들을 아끼는 태도를 보였지만, 사망 뒷날 친정엄마와의 통화에서는 “우리 아이가 아니다”라며 매몰차게 이야기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 정봉기)는 2일 의붓아들 살인 혐의로 추가 기소된 고씨를 상대로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달 19일 의붓아들 살해 사건을 현재 진행 중인 전 남편 살해 사건 재판에 병합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재판은 사실상 고씨의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다.

검찰측이 이날 제시한 공소 내용을 보면 고씨는 지난 3월 1일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 충북 청주 자신의 집에서 현 남편인 홍모(37)씨가 아들(5)을 씻기는 동안 지난해 11월 1일 구입해 보관해온 수면제를 가루로 만들어 남편이 마실 찻잔에 넣었다. 고씨는 홍씨에게 차를 마시게 해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3월 2일 오전 4~6시 홍씨와 아들이 함께 있는 방에 들어가 남편이 잠에 취한 것을 확인하고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는 현재 고씨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현 남편 홍씨가 직접 검찰측 증인으로 나섰다.

검찰측은 이날 의붓아들이 숨진 지난 3월 2일 오전 4시48분쯤 깨어 있었다는 증거로 휴대폰 분석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이는 검찰이 추정하는 고씨의 범행 시간대이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고씨는 해당 시간에 홍씨와 사별한 전 처의 남동생과 친구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을 확인하고, 자신의 휴대폰에서 이들의 전화번호를 삭제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씨는 앞서 의붓아들 사망사건이 발생한 직후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의 최초 수사에서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진술해 용의 선상에서 벗어났었다.

이날 홍씨는 “사별한 전처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인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하지만 전 처의 관련된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없다.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 고씨가 이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었다”며 황당해 했다.

검찰은 이날 또 고씨가 교도소 수감 도중 작성한 메모지들도 공개했다. 메모지 중에는 고씨 부부와 고씨의 친아들, 숨진 의붓아들 등 4명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글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반면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증거 중 고씨와 고씨의 친정엄마가 의붓아들이 숨진 다음날인 3월3일 통화한 내용에는 고씨의 이중적인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통화내역을 보면 고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의붓아들이 자신에게 오지 않고 아빠한테만 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모친이 “(숨진) 아이가 불쌍하다”고 말하자 “우리 아이가 아니다. 얘기하지 말라”며 교도소 메모와는 전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홍씨는 “고씨는 나와 있을 때 (숨진 아들에게) 항상 우리 아이라고 했다. 근데 숨진 다음날 바로 다른 이야기를 하다니, 그 전에 나와 한 대화는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라며 “만약에 지금 그 메모를 하늘에 있는 아이가 본다면 너무 무서워할 것 같다. 소름 돋고 무섭다”고 말했다.

홍씨는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자기도 애를 낳은 엄마인데 아이 잃은 아빠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을까 했지만, 반성은커녕 오로지 사건과 관련 없는 다른 얘기를 하며 인신공격을 하는 것을 보며 참으로 비통하고 원통하다”면서 “이 사건의 진실이 꼭 밝혀져 죄를 지은 사람은 응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의붓아들이 숨진 시점이 전 남편 살인사건 발생 이전이어서 고씨는 용의선상에 벗어난 반면 홍씨는 잠버릇이 있었다는 고씨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토대로 잠을 자다 친아들을 다리로 눌러 숨지게 했다는 혐의(과실치사)로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이날 재판에서 고씨측은 검찰 공소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동시에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배를 주장하며 공소 기각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 공소장 외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 제출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고씨측 변호인은 이날 모두진술을 통해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사건과 관계없는 너무 장황하고 과장된 내용을 넣어 (재판부로 하여금) 사건을 예단하도록 하고 있다”며 “검찰이 법률에 허용되지 않게 공소제기를 하는 등 절차가 위법한 만큼 공소기각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피고인은 피해자를 친엄마처럼 잘 대해주려 했고, 사망 당일에도 119에 신고해 회생을 도우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검찰이 추측하고 상상하면서 우연적 요소를 꿰맞추고 있다”고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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