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끊임없는 혁신 뒤엔 ‘게임 체인저’ 정의선 있었다

입력
2019.12.03 16:53
수정
2019.12.03 20:56
23면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을 앞두고 조코 위도도(앞줄 오른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한 후 정의선(앞줄 왼쪽)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을 앞두고 조코 위도도(앞줄 오른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한 후 정의선(앞줄 왼쪽)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가장 진취적인 회사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번 인도네시아 투자가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지난달 26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5억5,000만달러(약 1조8,217억원)를 투입해 완성차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한 현대차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과거 보수적인 기업의 대명사였던 현대차가 혁신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투자는 공장 건립 이상의 의미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첫 해외 공장 투자인 만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혁신에 대한 실험을 계획 중이다. 대량 생산해야 하는 자동차 브랜드에서 쉽게 적용하기 어려웠던 ‘주문생산방식(BTO)’과 온ㆍ오프라인, 모바일 등으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옴니채널’이 대표적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기존 방식 대신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는 정 부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0월 22일 현대차그룹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 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10월 22일 현대차그룹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 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게임 체인저로 ‘혁신의 아이콘’ 된 정의선

지난해 취임 이후 15개월 간 파격적인 변화를 추구해온 정 부회장은 자동차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정보기술(IT) 기업보다 더 혁신적인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이는 최근 현대차의 투자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모빌리티 플랫폼 ‘미고’, 이스라엘 인공지능(AI) 개발업체 ‘알레그로.ai’,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 '그랩'에 투자하고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는데, 이를 실행하기 위해 2023년까지 5년간 연구개발(R&D) 분야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C.A.S.E.(커넥티비티ㆍ자율주행ㆍ서비스ㆍ전동화)’로 대표되는 미래차 기술 확보에 14조7,000억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에도 인도 최대 차량공유업체 ‘올라’에 3억달러를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코드42’와 ‘도심형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구축’(170억원), 리막오토모빌리와 ‘고성능 전기차 개발’(8,000만유로), KST모빌리티 ‘차량공유 플랫폼 개발’(50억원) 등 10여개의 굵직한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지난 9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미국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은 현대차의 강력한 변화 의지가 드러난 투자였다. 첫 해외 R&D 합작법인이자, 현대차 역사상 최대 규모 해외 투자(약 2조3,900억원)였는데, 연산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 2개를 건설하고도 남을 만큼 큰 액수였다.

현대차 주요 전략협업 투자 현황. 박구원 기자
현대차 주요 전략협업 투자 현황. 박구원 기자

◇’사람을 위한 진보’

혁신에서 정 부회장이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조직이 바뀌고, 기업 전체 DNA가 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브랜드 비전도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로 바꿨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들이 서로 대화하고 기쁨을 나누게 하는 일을 한다”며 “단순 이동을 넘어 주변의 모든 사람을 위한 서비스,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혁신은 조직의 변화로 이어졌다. ‘군대문화’를 방불케 했던 현대차 조직이 수평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 직급을 상무로 통합했고, 5급 사원부터 부장까지 6단계였던 일반직 직급도 매니저ㆍ책임매니저 2단계로 축소했다.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승진이 가능하고, 30대 임원도 다수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10대 그룹 가운데 최초로 정기 신입사원 공채를 없애는 등 채용방식도 혁신했다. 필요한 직무에 대한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소통 체계도 달라졌다. 임직원들은 주요 결정ㆍ보고 사항을 모바일 메신저로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지난 2월부터는 완전 자율복장제도를 도입해 모든 직원들이 정장 대신 청바지, 티셔츠 등을 입고 출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는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왼쪽) 수석부회장과 앱티브의 케빈 클락(오른쪽) 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는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왼쪽) 수석부회장과 앱티브의 케빈 클락(오른쪽) 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 부회장의 변화와 혁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최근 임직원 1,000여명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지금까지의 변화는 빙산의 일각이고 앞으로 변화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능력을 200~300% 발휘토록 하는데 모든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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