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세계 5위 경제공동체… 한국 경제 돌파구 될 것”

입력
2019.11.20 04:40
수정
2019.11.20 10:4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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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인터뷰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고영권 기자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고영권 기자

정부 싱크탱크들을 이끌고 있는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19일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돼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성장률 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최대 교역대상국인 중국은 성장세가 꺾였고, 미국은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0%대 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탓이다. 아세안은 사정이 다르다. 아세안 10개국 경제 규모는 세계 5위에 달할 정도로 커졌고,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밝다.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표를 목전에 두는 등 자유무역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기회의 땅일 수 있다는 뜻이다.

성 이사장은 ‘한-아세안 30년: 공동 번영의 신시대로’를 주제로 22일 열리는 ‘2019 코라시아포럼’에 앞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세안은 무엇보다 우리 문화를 좋아하고, 한국을 경험하려는 요구가 크다”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대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6월 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경제협력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6월 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경제협력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_아세안은 전략적 협력의 대상이라기보다 저개발국이란 인식이 여전히 크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필두로 많은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도 선택적 개방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반면 아세안은 개방주의 노선을 적극 취하고 있다. 세계 어느 지역보다 성장이 빠르다. 성장잠재력도 크다. 특히 중위연령이 29세가량으로 젊다. 제조업 등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다. 중국으로 갔던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무게 중심이 바뀐다는 뜻이다.”

_4강 외교에 주력하던 전통적 외교 기조와는 달라진 흐름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ㆍGSOMIA) 종료를 둘러싼 문제에서 보듯, 미국은 한국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국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서 우리가 안보, 경제적인 운명을 한두 나라에 의지해야 하나. 여전히 한미동맹은 중요하지만,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아세안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규정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_강대국이 패권주의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과 어긋나지 않나.

“아세안 외교가 우리의 지정학적 상황과 아주 동떨어진 문제도 아니다. 아세안 10개국은 남북 동시 수교국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세를 완화하는 데 있어서 그들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 한반도 평화가 도래하면, 동반 성장ㆍ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아세안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은 매우 잘 잡았다고 평가한다. 지리적 위치나 상황에 떠밀려 외교 파트너를 만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외교 파트너를 ‘선택’했다는 게 중요하다.”

2003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국정과제회의에 노무현 대통령과 성경륭 위원장이 함께 입장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3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국정과제회의에 노무현 대통령과 성경륭 위원장이 함께 입장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 이사장은 아세안과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에서 한층 끌어올리는 신(新)남방정책이 한국 외교사의 물길을 바꾸는 역사적 선택으로 평가했다. 식민지배와 유엔의 신탁통치를 받았던 한국이 우리 정부의 의지와 독자적 판단에 따라 새로운 외교 영역을 개척한 첫 사례라는 측면에서다. 개발도상국ㆍ중진국이던 한국이 선도국ㆍ선진국으로 발돋움 하는 ‘대전환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는 의미다. 성 이사장은 “외교 영역은 신남방정책 등으로 방향을 잘 개척했다면, 내치에 있어서는 발전국가 모델을 혁신적 포용국가로 전환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_포용국가론을 직접 설계했다. 비전이 현실화 되고 있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는 포용과 혁신을 동시에 잡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국가 모델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고, 성과에 대한 평가도 분분할 수 있다. 가령 포용 면에서는 주52시간제 도입, 혁신 면에선 ‘타다’(차량공유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예가 될 수 있겠는데, 갈등이 있다고 우리가 과거의 모델로 돌아가야 하느냐. 나는 아니라고 본다. 좀더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포용과 혁신을 향해 가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위해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 타협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_국론통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보는 건가.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경험이 취약하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보다 ‘끝장을 보자’, ‘양보는 없다’는 식으로 협상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대외전략이든, 내부전략이든 모두 문 정부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소위 선진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진정한 민주주의 힘을 열어야 우리 사회가 좀더 속도감 있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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