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교수의 건강제안] 달걀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고?

입력
2019.11.18 18:00
수정
2019.11.18 18:3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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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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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도움되는 식품을 섭취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잘못된 식품 상식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우선 ‘몸에 좋은 지방은 살이 찌지 않는다’는 오해다.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알려지면서 비싼데도 올리브유·포도씨유·들기름 등 소위 ‘참살이 기름’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나물을 무칠 때, 샐러드를 만들 때, 이밖에 다양한 요리에 참살이 기름이 자주 쓰인다.

체중 조절을 위해 지방 섭취를 제한할 때에도 참살이 기름은 넉넉히 먹는 경우가 많다. 참살이 기름은 비만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참살이 기름이 건강에 좋은 것은 틀림없지만, 열량 측면에서는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1g에 9㎉이다. 따라서 참살이 기름을 무제한 섭취하다간 비만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달걀은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오해도 있다. 2015년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는 콜레스테롤이 과잉 섭취를 걱정할 영양소가 아니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달걀노른자, 새우, 오징어 등이 이상지질혈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아니며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 연구 결과, 보통 사람은 매일 달걀 1개를 먹어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또한, ‘꿀은 설탕에 비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오해다. 꿀에는 과당, 포도당, 비타민, 전해질과 아미노산 등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당류 이외에 함유된 영양성분들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이어트 중 설탕을 꿀로 대체할 때가 있는데 사실 체중 조절 효과만을 볼 때는 꿀과 설탕은 별 차이가 없다. 설탕이나 꿀 모두 결국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체내 흡수되므로 꿀이 설탕보다 다이어트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설탕 대신 꿀을 섭취한다고 해서 혈당 조절에 더 유리하지도 않다.

‘두부를 얼리면 영양소 함량이 더 높아진다’는 것도 오해다. 두부를 얼렸다가 녹이면 두부 안의 영양소 함량이 높아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식품의 영양소 함량은 100g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두부를 얼렸다가 녹이면 두부 안의 수분이 빠져나가 중량이 줄어들게 되어 영양소 함량이 높아지는 것처럼 착시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부 100g을 얼렸다가 녹였을 때, 50g으로 중량이 줄었다고 가정해보자. 사실 이 두부 안의 영양소 함량은 동일하지만, 언두부는 중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100g 기준으로 환산하면 영양소 함량이 두부의 2배가 된 것처럼 혼동하게 되는 것이다. 얼렸다 녹인 두부는 영양소 밀도가 높아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열량도 2배가 되므로 체중 조절을 원하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삼겹살은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질환을 예방해준다’는 것도 오해다. 오랜 전부터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이면 삼겹살 소비가 급증하는 추세가 있어 왔다. 삼겹살이 미세먼지 제거에 도움을 준다는 속설 때문이다. 하지만 삼겹살이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

‘고구마는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다’이라는 오해도 있다. 고구마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달콤한 맛이 있는데다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속설이 있어 체중 조절에 애용되는 식품이다. 하지만 중간 크기의 고구마 한 개의 열량이 약 200㎉로 자칫 체중 조절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당지수가 낮아 체중 조절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탄수화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열량 또한 높은 편이라 체중 조절 시 주의해야 할 식품 중 하나이다.

‘천일염은 정제염과는 달리 고혈압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못된 말이다. 정제염은 혈압을 높이는 염화나트륨 비율이 98~99%이지만 천일염은 80~85%이다. 천일염은 정제염보다 마그네슘·칼슘 등이 2배 더 들어 있어 건강에 좀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천일염은 정제염에 비해 짠맛이 덜하기 때문에 정제염을 쓸 때보다 양을 더 넣는 경향이 있다. 또한 천일염이나 정제염 둘 다 섭취량이 많으면 고혈압을 높이는 경향은 동일하므로 천일염이라고 해서 제한 없이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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