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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합정동의 한 도로에서 A(14) 양이 모는 트라제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도로 좌측 견지석을 들이받았다. 사진은 사고 차량.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도로 좌측 견지석을 들이받았다”는 기사에서 ‘견지석’이라는 어려운 말이 쓰였다. “바퀴나 문 아래쪽이 견지석에 긁히거나”, “진지 공사 견지석 옮기기랑 비슷하냐?”, “신병교육대 각개전투장 견지석이다”는 등 누리꾼들이 인터넷에서 ‘견지석’을 쓴 것이다. ‘견지석’이 주로 도로와 관련되어 쓰이며, 군대에서도 잘 쓰이는 점을 알 수 있다.

‘견지석(見知石)’은 사전에서 ‘석축을 쌓는 데 쓰는, 사각뿔 모양의 석재’로 풀이했다. 비슷한 말로 ‘간지석(間知石), 견치석(犬齒石), 견칫돌, 송곳닛돌’이 있다. 그런데 ‘견지석’이나 ‘간지석’이라는 말에 들어 있는 ‘지(知)’라는 글자가 아무리 생각해도 돌과 어울리지 않는다. 건설 용어인 ‘견지석’, ‘간지석’은 ‘견치석’에서 비슷한 발음의 다른 한자로 바꾸어 만든 표현으로 판단된다.

1995년에 발표된 일본어투 생활 용어 순화 자료집에서는 ‘겐치석’ 대신 ‘축댓돌’만 쓰라고 했다. ‘견치석’은 일본말에서 들어온 ‘겐치석(間知石, 間地石, けんちいし)’과 연결되는 것이다. ‘견치석’은 ‘견치(犬齒)’를 닮은 돌이라는 뜻인데, ‘견치’는 ‘송곳니’를 가리킨다. 사람의 송곳니가 개의 이빨과 비슷하다고 해서 ‘견치’라는 한자어가 쓰였다.

‘견치석’의 순화어 ‘축댓돌’은 ‘축대를 쌓은 돌’이라는 말인데, ‘축대(築臺)’라는 건설 용어가 비교적 많이 쓰이기 때문에 ‘축댓돌’의 뜻은 ‘견치석’에 비해 훨씬 쉽다. 다만 두 말의 뜻풀이 차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견치석’이 돌 모양에 초점을 맞춘 단어인 반면 ‘축댓돌’은 돌의 용도에 초점을 맞춘 것이 다르다. ‘견치석’의 순화어로 ‘축댓돌’과 함께 ‘송곳닛돌’을 널리 쓰도록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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