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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바누아투, 태평양 남서부 화산섬 매슈섬ㆍ헌터섬 분쟁

태평양 남서부 지도. 우측 하단의 매슈섬과 헌터섬을 두고 프랑스와 바누아투 양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난 1월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프랑스 군함이 상륙했다. 섬에 도착한 군인들은 프랑스 국명이 적힌 명판을 닦고 바위 위에 프랑스 국기를 그리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섬나라 바누아투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 섬이 프랑스와 바누아투가 수십 년간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태평양 남서부 작은 화산섬 둘, 매슈섬과 헌터섬 이야기다.

두 섬은 뉴칼레도니아에서 동쪽으로 300㎞, 바누아투에서 남동쪽으로 300㎞ 거리에 위치해 있다. 면적은 매슈섬이 0.7㎢, 헌터섬이 0.6㎢로 둘이 합쳐 여의도 면적(2.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화산섬이지만 두 섬의 영유권을 가질 경우 남태평양 일대에 광대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확보하게 된다. 이 두 섬을 두고 프랑스는 자국령 뉴칼레도니아의 일부임을, 바누아투는 자국 타페아주(州)에 속해 있음을 주장한다.

갈등의 씨앗은 18세기 이래 유럽 국가들이 이 일대에서 식민지 경쟁을 벌이면서 생겨났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이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뉴칼레도니아는 여전히 프랑스령으로 남아있으며, 바누아투는 1980년에야 프랑스와 영국의 공동 통치에서 벗어나 독립했다. 1929년에 처음으로 매슈섬ㆍ헌터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 프랑스는 1976년에는 섬을 뉴칼레도니아에 편입시켰다. 그러나 4년 후 바누아투가 독립과 함께 두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력 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갈등은 때때로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프랑스 해군이 자국의 영토임을 확실시하기 위해 섬을 방문할 때마다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지난 1월 프랑스 군함의 방문도 그 일환이었다. 당시 샬롯 살와이 바누아투 총리는 서신을 통해 이 같은 행위는 ‘바누아투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 성토했다.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내 원주민들 역시 매슈섬ㆍ헌터섬 분쟁의 또 다른 뇌관이다. 프랑스 지배 전부터 뉴칼레도니아에 거주하던 토착 멜라네시아(카나크족) 주민 일부는 지금도 프랑스에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들이 양국 분쟁에서 바누아투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2009년에는 급진 독립단체인 ‘카나크사회주의민족해방전선(FLNKS)’이 바누아투 당시 총리와 ‘매슈섬ㆍ헌터섬이 관습적으로 바누아투에 속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에 서명해 프랑스 정부의 반발을 샀다. 지난 3월에는 “카나크족 주민은 매슈섬ㆍ헌터섬과 문화적 관련성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프랑스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억지를 부린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바누아투는 프랑스에 줄곧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프랑스 정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2017년 프랑스와 바누아투는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진행은 더딘 상태다. 프랑스는 자국령 뉴칼레도니아의 분리독립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며 대화를 미루고 있다. 바누아투는 프랑스가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양국은 내년 초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기로 했지만 갈등이 단시간 내 해결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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