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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소. 1년이 지났는데도 국민들이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할 말이 많지만 목이 메어서 말을 다 못 하겠습니다“

구순이 훌쩍 넘은 노인은 무엇이 그리 고마운지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꼭 1년 전, 13년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얻었던 이춘식(95) 할아버지가 새로운 싸움을 다짐하는 자리에서였다.

3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는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피해자의 인권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의와 상관없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끈질긴 ‘투사’가 돼 버린 이춘식 할아버지와 또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89) 할머니, 그리고 민변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관계자가 같이 자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해 10월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판결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이행을 거부하는 일본 기업들의 ‘모르쇠’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춘식 할아버지,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공동행동은 대(對) 일본 정부 및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한편 국제노동기구(ILO) 제출을 위한 100만명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한국 대법원 판결 1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일본 정부와 가해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들이 당한 인권피해와 지금도 일본 정부와 기업이 반복하고 있는 가해행위를 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13년의 법정 공방 과정에서 원고로 나섰던 나머지 동료 세 사람을 모두 먼저 떠나 보낸 이춘식 할아버지. 그는 “(아베 총리 본인이) 사죄를 하지 않으면 눈을 못 감겠다”며 이날 모인 취재진을 향해서는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후 일본의 경제 보복을 시작으로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우리 국민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돌입했을 때도 “나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미안하다”고 했던 그였다.

이춘식 할아버지의 옆자리에 앉아 함께 피켓을 들고 있던 양금덕 할머니의 목소리는 한층 더 단호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강제징역 당시) 우리를 동물취급했던 걸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며 “아베 총리가 반드시 우리 앞에 무플을 꿇고 사죄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서명운동을 시작해, 내년 6월 ILO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명 용지는 영어, 일본어 등으로도 번역돼 다른 나라들의 시민 사회와 연대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노희진 인턴PD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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