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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 작가는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다. 혼자서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ㆍ2ㆍ3’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등 사전을 썼다. 개인이 사전류의 책을 만들려면 대체 얼마나한 시간과 노력을 꾸준히 들여야 할지 짐작이 가지 않는데 그런 책을 한 권도 아닌 여러 권째 내고 있다.

‘우리말 동시 사전’은 낱말 하나에 시 한 편을 창작해 엮은 책이다. 동사(움직씨) 형용사(그림씨) 부사(어찌씨) 명사(이름씨) 총 264개 낱말로 만든 264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지난 십년간 유행한 말놀이 동시처럼 볼 수 있겠지만 대개 말놀이 동시가 동음이의어 등 낱말의 ‘소리’에 집중한 데 비해 이 동시는 사전이니만큼 낱말의 ‘뜻’에 주목하고 있다. 낱말의 ‘뜻’을 동시라는 형식으로 풀어쓴 셈이다. 모든 동시의 제목은 낱말이며 낱말 뜻을 함께 풀이해 두고 있다. 뜻풀이는 저자가 새로 붙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 새 한국말사전’을 엮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 동시에 문학적 완성도를 따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전 동시’가 아니고 ‘동시 사전’이니 낱말 뜻을 보다 알기 쉽게 풀이하기 위한 방법으로 동시의 형식을 빌려 썼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반면, 간혹 언어에 둔감해 보이는 동시에서 느끼던 의아함과 실망감을 떠올리자면 언어를 귀하게 여기며 살려서 쓰려는 이 책의 태도는 오히려 본받아야 할 듯싶다. 이 책의 동시는 “한자말이나 영어나 번역 말씨나 일본 말씨가 없이 쓴 동시”이며 ‘순우리말’은 아니어도 “옛날부터 흘러왔고, 오늘 흐르며, 앞으로도 흐를 새롭고 싱그러운 한국말을 바탕으로 생각을 살찌우는 동시”를 쓰려고 했다는 저자의 말을 날마다 언어로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되새겨본다.

지난 한글날 국립국어원은 ‘꼭 가려 써야 할 일본어투 용어 50개’를 발표했다. 2005년 만든 ‘일본어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 실린 1100개 중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낱말을 고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부 SNS 사용자들은 한글(문자)날은 한국어(언어)의 날이 아니며 국립국어원의 발표는 모국어 국수주의자의 태도라고 조롱했다. 일리가 없지 않지만 틀린 맞춤법이 난무하는 SNS에서 이런 의견을 듣자니 앞으로 한글과 한국어의 미래가 난망하기도 했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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