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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논리로 갈리며 ‘배신자’ 모욕… 여성 정치인에겐 성희롱까지
9월 6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조국(왼쪽)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뉴시스

극단적 진영 논리가 여의도를 장악하면서 정치인들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극성 지지자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순간 온갖 인격 모독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 진영’ 소속이어도 용서는 없다. ‘충분히 우리 편’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대 진영 정치인보다 더 모질게 헐뜯는다.

‘조국 정국’은 정치인에게 악플을 쏟아 붓는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금태섭ㆍ김해영ㆍ박용진 등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3인방은 문재인 정부 지지층의 표적이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쓴 소리를 했다는 ‘죄목’으로 무자비한 악플 공격을 받았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금태섭 의원의 페이스북은 욕설로 도배됐다. “금수만도 못한 인간아. 탈당해. 퉤” “양심 있으면 꺼져” “아주 나쁜 XX”같은, 그를 ‘배신자’라고 모욕하는 내용들이었다. 김해영 의원과 박용진 의원 페이스북에도 “내년에는 자한당(자유한국당)으로 나오길, 더럽다” “지휘부 사퇴하고 쪽 팔린 줄 아세요” “금씨(금태섭 의원)하고 같이 나가라”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악플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14일엔 난데없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표적이 됐다. ‘조 장관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대표에서 물러나라’고 막말하는 댓글이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을 뒤덮었다. 여성이 악플러들의 만만한 먹잇감이라는 건 정치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 정치인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 중엔 성희롱, 혐오 악플 비율이 높다.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건 차라리 얌전한 공격이다. 지지자들끼리 정치인 연락처를 공유해 악플을 직접 보내기도 한다. ‘그날의 표적’이 된 정치인에게는 종일 수천 건의 문자 폭탄이 쏟아진다. 정치인 본인이나 가족을 협박하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야당과의 협상이 끝나면 어김없이 문자 폭탄이 쏟아진다. 한밤중에 ‘그렇게 협상하고 잠이 오느냐’는 문자가 많이 와서 휴대폰을 끄고 잘 때도 있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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