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서야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죠!”

입력
2019.10.1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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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아 사회복지사, 간호사에서 사회복지사, 다시 사회복지 인식개선 강사로

주연아 청구재활원 사회복지사.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주연아 청구재활원 사회복지사.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5개월 만에 다시 출근했어요. 일이 너무 하고 싶어서요.”

청구재활원에서 근무하는 주연아(40) 사회복지사는 출산 휴가를 1/3밖에 안 썼다. 최장 15개월까지 가능했지만 “몸이 근질거려서”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뭐든 적극적이었어요. 가만히 쉬는 건 참을 수 없는 고문이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기도 했어요.”

5살 때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혼자서 3남매를 키웠다. 어머니는 늘 바쁜 사람이었다. 주 사회복지사는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제일 부러웠다. “3남매 모두 스스로를 돌볼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장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산부인과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사회복지사로 직업을 바꾸었다. 일은 적성에 맞았지만, 병원 내부의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가 견디기 힘들었다. 뒤늦게 대학 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인 것도 중요한 동기였다.

2004년에 병원을 그만두고 입학했다. 25살 때였다. 주변에서 모두 말렸다. 직장에 다니면서 야간에 공부해도 충분하다는 조언이었다. 단호하게 거절했다.

“야간은 왠지 곁불 쬐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대학 생활에 푹 빠져보고 싶었죠.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공부도 열심히 했고, 장학금도 받아봤고, 학과 대표로도 활동했고, 동아리에서도 열성 멤버였어요.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했구요.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즐거웠어요.”

대학을 졸업해보니 대학원 욕심이 났다. 생계와 결혼문제가 없었다면 대학원으로 직행했을 거였다.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대학원의 꿈을 접고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입사했다.

대학원은 뒤로 미루었지만 공부는 계속 이어갔다. 결혼 후 방송통신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방송통신대 중 교육학 커트라인이 제일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사회복지사로서의 경력도 차곡차곡 쌓았다. 2007년, 성인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인 청구재활원 의료재활팀으로 들어갔다. 간호사 경력 때문에 사회복지사 자격이 있음에도 사회복지가 아닌 의료 관련 파트를 맡았다. 드디어 본업에 안착한 것은 7년이 지난 후였다. 2014년부터 사회사업팀으로 교육과 자원봉사를 담당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업무에 뛰어들어보니 대학에서 배운 것과 현장이 사뭇 달랐다. 매 순간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을 절감했다. 사회복지협의회나 관련 기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개인 연차를 내서라도 참가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다 보니 어느 사이 강의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 대구지역 내에 있는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사회복지 인식개선 교육과 함께 인권 강의를 하고 있다.

“내가 똑바로 서야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잖아요. 제가 공부를 멈출 수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나중엔 일이 너무 많아졌다. 육아를 도와주던 친정어머니가 종종 “일이 너무 많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어머니의 충고를 받아들여 쉬면서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혼자 서점을 다녀오거나 조용한 카페에 1~2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만의 에너지 재충전법이다.

“페이스 조절을 하고 틈틈이 쉬는 건 더 열심히 살기 위해서예요. 아직 지치면 안 되거든요. 목표가 많이 남았어요.”

주 사회복지사는 5년 단위로 목표를 세운다. 당면 목표는 마흔다섯 살이 되기 전에 대학원에 발이라도 들여놓자는 것이다.

“어릴 때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 반작용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거기에 모든 걸 쏟아 붓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그는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페이스가 조금씩 느려지겠지만 지금처럼 계획을 가지고 온 에너지를 쏟아 넣는 삶의 패턴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진승희 객원기자(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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