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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 전류 보내면 지방선 흐리지 않아… ‘전류 저항 값’ 클수록 체지방 많은 것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한 관람객이 국내 체성분 검사 장비 제조업체 인바디의 체지방측정기로 체지방량을 재고 있다. 인바디 제공

“지난해 입었던 반바지가 안 맞아 살이 쪘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 체지방률을 보고 깜짝 놀랐죠.”

3개월 전 보건소에서 체지방률을 측정했던 박모(32ㆍ여)씨는 그 즉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몸무게 61.4㎏에 체지방량 22.6㎏으로 체지방률(36.8%)이 표준 이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39세 이하 여성은 체지방률이 33% 초과면 비만에 해당한다. 식단 조절과 계속된 운동으로 박씨의 최근 몸무게는 46.9㎏, 체지방량은 11.3㎏까지 줄었다. 체지방률은 24.1%. 정상 범위에 안착했다.

그는 “3개월 간 고생한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며 “조만간 ‘치팅 데이’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팅 데이(Cheating Day)는 ‘속인다’는 뜻의 영어 단어 치팅과 ‘날(日)’이란 의미의 ‘데이’를 합성한 말이다. 다이어트로 그간 먹지 못했던 음식을 먹는 날을 뜻하는 신조어다. 박씨에게 충격을 줬던, 발을 올려놓고 1분 조금 넘게 기다리기만 하면 저절로 체지방률을 알려주는 체지방측정기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

 ◇간편한 BMI, 한계도 뚜렷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은 크게 수분과 체지방, 단백질, 무기질(뼈)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성인 남성과 여성의 경우 수분 함량이 전체의 55~65%로 같지만, 체지방 비율은 여성이 20~30%로 남성(15~20%)보다 높다.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그 반대다. 남성이 16~18%, 여성이 14~16%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으로 규정한 비만은 체지방이 과도한 상태로, 체지방은 건강과도 직접 연결돼 있다. 체지방량이 높을 경우 지방에 잘 녹는 지용성 약물이 체내에 오래 남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 8월 덴마크 오르후스대학병원 연구진은 체지방이 표준치에서 10㎏씩 늘어날 때마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17%씩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같은 이유로 체지방을 정확히 측정하는 게 중요한데, 비만 여부를 손쉽게 판단할 수 있어 널리 쓰이는 방법이 체질량지수(BMI)다. BMI는 키(m)의 제곱으로 체중(㎏)을 나눠 나온 값이다. 키가 160㎝, 몸무게 60㎏인 사람의 BMI는 60÷(1.6*1.6)=23.4가 된다. BMI가 18.5~22.9 사이여야 정상 체중에 해당한다. 간편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운동을 많이 해 근육량이 많은 사람도 비만으로 나올 수 있다. 때문에 최근엔 체지방량을 추산하는 ‘생체 임피던스 측정법(BIA)’이 애용되고 있다.

 ◇체중에서 체수분ㆍ단백질ㆍ무기질량 빼 간접 측정 

보건소나 헬스장에 설치된 체지방측정기가 바로 BIA로 체지방률을 분석한다. 발만 딛고 서 있으면 금세 체지방률을 알려주는 이 기기의 비밀은 ‘저항’에 있다. 이때 쓰이는 원리가 전류는 전압에 비례하고 저항에 반비례한다는 ‘옴의 법칙’이다.

먼저 체지방측정기는 우리 몸에 약한 전류를 흘려 보낸다. 전기는 전도성이 높은 물(체수분)을 따라 흐르는데, 몸 안에 물이 많은 부위에선 전기가 흐르는 통로가 넓어지고 물이 적으면 전기의 이동 통로도 좁아진다. 수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은 몸 속 지방은 아예 전류가 흐르기 힘들어 저항(임피던스)이 발생한다. 저항 값이 클수록 체지방이 많다는 뜻이다.

체성분 검사 장비 제조업체 인바디 관계자는 “체지방측정기가 가장 먼저 재는 건 세포내수분과 세포외수분을 합한 체수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체수분은 사람 키의 제곱을 임피던스로 나눈 뒤 상수를 곱해 구한다. 세포내수분은 세포막 안에 존재하는 수분, 세포외수분은 세포막 밖에 존재하는 수분을 일컫는다.

체중에서 체지방을 뺀 ‘제지방(지방을 제외한 성분들)’은 73%가 수분으로 돼 있다. 따라서 체수분량을 알면 제지방량이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다. 체지방측정기는 그렇게 계산한 제지방량을 토대로 나머지 인체 구성 요소인 단백질과 무기질 함량을 계산한다. 무기질 함유량은 통상 제지방량의 6.8%에 해당한다. 세포내수분과 함께 세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단백질은 세포내수분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해서 산출한다. 체중에서 체수분ㆍ단백질ㆍ무기질량을 모두 빼면 체지방량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인바디 관계자는 “체지방측정기는 직접 몸 안의 체지방량을 재는 게 아니라 지방이 아닌 다른 성분의 양을 재 체지방량을 간접적으로 추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체지방률은 체지방량을 체중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계산한다. 39세 이하 남성의 경우 체지방률이 8.1~20%, 여성은 21.1~33% 사이면 정상이다.

 ◇내년 출시 갤럭시 워치에 탑재 전망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체지방측정기는 휴대용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은 휴대용 체지방측정기 ‘UO 헬스핏’을 출시했다. BIA 방식을 이용한 분석 장치로 무게가 22g 밖에 나가지 않는다. 길이가 11㎝인 이 기기의 끝을 양손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잡아주면 체지방량과 체지방률, 근육량 등을 손쉽게 알 수 있다.

내년 출시될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에 체지방 측정 기능이 탑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피부와 맞닿는 시계 줄 안쪽에 신체인식센서를 탑재한 스마트 워치 기술을 개발, 특허출원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기 역시 센서에서 약한 전류를 일정 주기로 흘려 보내는 BIA 방식으로 체지방을 측정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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