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두르지 않고 판돈 키웠다” 트럼프 외교 실패론 재차 대두

입력
2019.10.07 18:15
수정
2019.10.07 23: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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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김정은, 재선 앞둔 트럼프 돌파구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스톡홀름 북미 실무 협상 결렬로 미국 내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 실패론이 재차 대두되고 있다. 가뜩이나 북한이 실무 협상 결렬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며 연말을 시한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까지 위협하는 터라 안팎으로 곤궁해지는 모습이다.

미국 언론들은 대체로 북한의 실무 협상 결렬 선언을 내년 대선 재선에다 탄핵 조사까지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은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열망을 감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앞두고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데 베팅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미국으로부터 제재 해제를 받기 위해 얼마나 적은 핵 프로그램만 포기하면 되는지를 시험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이 협상이 이뤄지기를 열망하는 데 반해 북한은 서두르지 않고 판돈을 키웠다”며 “현재로선 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애초부터 실무 협상에 큰 관심은 두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한 양보를 노리고 벼랑 끝 협상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WSJ에 “미국과 북한 간 입장 차가 뚜렷하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거래를 선호해 왔기 때문에 이번 결렬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한의 협상 전략은 달리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나 핵 미사일 실험 중단 등을 지나치게 과시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에 목을 매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서 비롯됐다는 비판이다. 미 국방부 출신인 밴 잭슨 뉴질랜드의 빅토리아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실무 협상 결렬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 외교의 위험성을 드러냈다”며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만만해 보이는 한 실무 협상에서 얻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두 번의 정상회담 후의 현실은 비핵화는 없고 제재는 침식되고 있으며 북한은 트럼프의 공허한 위협을 무시하고 있다”며 “대신 북한은 미사일을 시험하면서 핵무기의 양과 질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적 무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실무 협상 결렬은 외교적 절차나 목표가 실종된 비관적 결과라고 우려하면서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외교팀을 갖고 있다. 북한이든 이란이든 실패라는 게 그리 놀랍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론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 협상이 결렬된 5일 이후 이틀째 협상 결렬에 대해 침묵했다. 주말인 탓에 취재진과의 접촉이 없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트위터에서도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글을 쏟아내면서도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북한과의 실무 협상 당일에도 “북한은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고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며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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