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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장통합, 김하나 목사 청빙 2021년 허용… 교회 세습에 면죄부 
 10만 신도 탈퇴 우려에 입장 뒤집은 듯… “소송 등 이의제기 금지” 
예장통합 교단이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2021년 1월 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를 맡을 수 있게 허용하기로 결정한 26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입구에 관계자가 출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교단이 2년 넘게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부자(김삼환ㆍ하나 목사)의 목회직 세습을 인정했다. 교회 세습 관행이 만연한 상태에서 기독교계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교단 재판국의 판결을 사실상 뒤집고 상식에 어긋나는 의사결정을 보여 개신교 전체의 신뢰를 추락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장통합 교단은 경북 포항시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제 104회 정기총회(23~26일)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명성교회 수습안’을 의결했다. 토론 없이 거수로 진행된 표결에서 참석 총대(대의원) 1,142명 중 1,01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교단은 명성교회 부자 세습 논란으로 비롯된 교단 내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7명)을 구성했고, 전권위원회는 이날 총회에 수습안을 상정했다.

수습안에 따르면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는 지난달 나온 재판국의 재심 판결(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 무효)을 수용하고 재재심을 취하한다. △서울동남노회는 2019년 11월 3일경에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한다. △명성교회는 2021년 1월이후 위임목사 청빙이 가능하다. △김하나 목사를 위임할 경우 2017년 11월12일 치러진 위임식으로 모든 절차를 갈음한다.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2년 논란이 허사로 

등록 교인 10만명으로 국내 대표적인 대형 교회인 명성교회의 세습 논란은 2017년 3월 불거졌다.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전 담임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위임목사로 청빙되면서부터다. 명성교회는 2014년 경기 하남시에 새노래명성교회를 별도로 세우고,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내정했다. 부자 세습을 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됐으나 김삼환 목사가 2015년 70세로 정년 퇴임한 이후를 대비한 우회로였다. 예장통합은 2013년 교회헌법(제28조 6항ㆍ세습금지법) 개정을 통해 ‘은퇴하는’ 목사의 직계가족이 교회를 세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명성교회는 2017년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이후이니 김하나 목사 청빙이 교회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변칙적 세습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는 2017년 10월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유효하다고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교인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교단 재판국에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명성교회 논란은 더욱 커졌다. 재판국은 서울동남노회의 의결이 적법하다고 판결했고, 비상대책위원회는 재심을 청구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예장통합은 지난해 9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재심 결정을 의결했다. 재판국의 판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재판국원 15명 전원 교체도 결정했다.

재판국은 지난달 5일 재심에서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무효 판결을 내렸다.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는 재심에 불복해 재재심을 제기해 교단 내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다. 26일 총회 의결로 교단 내 갈등은 공식적으로는 종료하게 됐으나 명분을 잃은 조치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저작권 한국일보] ‘명성교회 부자 세습’ 주요 일지. 그래픽=김경진기자
 ◇실리 앞에 무너진 명분 

예장통합 총회는 1년 전 명성교회 세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였으나 이번엔 세습에 길을 터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교단 안팎의 비판이 거센데도 불구하고 명성교회를 끌어안는 내용의 수습안을 마련하고 의결하기까지에는 냉혹한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

예장통합은 최근 신자 수(250만명 추정)가 급감하고 있다. 명성교회처럼 신자 수가 많고 재력까지 겸비한 대형 교회가 재심 판결에 불복해 탈퇴하면 교단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예장통합 소속 한 교회 목사는 “세습 논란이 불거지면서 신자 수가 급격히 줄어 들고 명성교회 탈퇴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위기를 느낀 총회가 결국 명성교회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며 “교단의 원칙이 무너지고 교회가 하나님의 것이 아닌 개인의 것이라는 것을 교단이 자인했다”고 씁쓸해했다.

교단으로서는 고육지책으로 택한 수습안이라고는 하나 교단 안팎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수습안은 누구든지 교회법과 국가법에 의거하여 고소와 고발, 소 제기 등 이의제기를 아예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엄포다. 교계에 따르면 이의제기를 원천 봉쇄한 것에 교단 내부 인사들도 크게 놀랐다고 한다.

 ◇세습 제동 장치 사실상 사라져 

예장통합 총회의 의결은 무엇보다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명성교회의 변칙적인 부자 세습에 면죄부를 주면서 교회 세습 관행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예장통합 총회는 목회자가 은퇴한 후 5년이 지나면 직계가족에게 교회를 세습 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헌법시행규칙 신설안을 1년간 연구한다는 결정도 내렸다. 명성교회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교단 내에선 일단락 됐다고 하나 세습을 둘러싼 교계 의견 충돌은 지속될 전망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예장통합 총회 의결이)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묵인하고, 더 나아가 교회들이 세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며 “이 끔찍한 불의와 부정에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더욱 실망할 것이고 이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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