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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린대 국제교류센터에 내걸린 공고문. 빨간색 네모 안에 외국인 유학생에게 모닝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일날에는 축하카드와 면 요리를 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중 다른 대학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모닝콜 서비스를 놓고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중신망 캡처

중국 지린(吉林)대가 외국인 유학생에게 제공하는 ‘모닝콜 서비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호텔에 묵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국내 학생들과 네티즌의 반발이 확산되면서다. 대학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지만 외국인에 대한 특혜 시비로 번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층의 시선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지린대 난후(南湖)캠퍼스 국제교류센터에 내걸린 공고문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공고문에는 외국인 유학생의 적응을 위해 국내 학생과 친구를 맺어 주고, 생활 편의를 돕고, 중국어 수업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열돼 있는데 유독 모닝콜 서비스가 지탄을 받았다. 장학금을 주는 게 고작인 중국의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상천외한 혜택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 공간이 논란으로 달아올랐다. “학교가 무슨 보모냐” “초등학생도 아닌데 제때 일어나지도 못하냐” “혼자서 수업에 참석할 수 없는 유학생이라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게 낫다”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또 매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제품의 용량이 학부생은 6㎾, 박사과정 학생이라도 14㎾에 불과한데 외국인 유학생은 30㎾로 한도가 훨씬 높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성토 분위기로 흐르다 보니 멀쩡한 규정도 분풀이 대상이 됐다. 학생들은 생일날 학생식당에서 유학생에게 면 요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또 다른 특혜라고 어깃장을 놨다. 알고 보니 지린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인데도, 이미 눈에 쌍심지를 켠 터라 학생들의 시선에는 대학의 모든 행정이 못마땅하게 보였던 것이다.

전례 없는 격한 반응에 놀란 대학은 “모닝콜은 유학생의 시차 적응을 위한 조치”라며 “2017년부터 시행하던 것이라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즉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난후회관은 기숙사가 아니라 호텔로 분류된 건물”이라면서 “호텔에서 모닝콜을 제공하는 건 당연하다”고 반문했다. 학생들이 왜 문제를 제기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는 태도다.

이처럼 대학이 겉으로는 당당하게 맞서고 있지만, 시시콜콜한 모닝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유학생을 유치해야 할 만큼 지린대의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린대 법학과는 베이징(北京)대, 런민(人民)대, 우한(武漢)대와 함께 전통의 4대 명문에 속한다. 반면 종합대학 가운데 지린대의 순위는 갈수록 떨어져 중국 내에서 20위권에 들기에도 버거운 처지다. 더구나 대학이 위치한 지린성을 비롯해 랴오닝(遼寧)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은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인재 유출 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모닝콜 서비스는 씁쓸함을 넘어 대학의 빈자리를 외국 학생으로 메우기 위해 던진 일종의 승부수인 셈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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