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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추석을 앞둔 11일 오전 서울역 플랫폼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11일 경기 수원시 수원역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 순회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대표 등 참석자들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대국민 추석 인사에서 “보름달이 세상을 골고루 비추듯이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나라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명절 덕담이 유독 크게 들린 이유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이에 따른 좌우 진영 대립이 나라를 두 동강 낼 지경에 이르러서다. 문 대통령이 ‘공평한 나라’를 추석 메시지로 삼은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되지만, 추석 민심이 문 대통령의 ‘무거운 마음’을 이해하고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상황을 보면서 깊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결정 당일까지도 참모진에 임명과 철회, 두 경우를 모두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니 고심의 깊이를 알 만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 제기된 숱한 의혹을 ‘명백한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외면했다. 언론과 야당의 합리적 의심과 검증을 가짜뉴스나 광기로 몰아붙이고 문 정부의 공정과 정의를 묻는 대학가의 촛불 항변을 철부지로 매도한 ‘친위 여론’에 포위된 탓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추석 연휴가 정국 긴장과 과열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되겠지만 이후 전개될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조 장관 주변 의혹에 치중했던 검찰 수사는 법무부의 검찰총장 배제 특별수사팀 제안마저 일축한 채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하고 있고, 반(反) 조국ㆍ문재인 기치 아래 국민 저항권까지 거론한 야권의 장내외 투쟁 강도도 한층 거세질 것이다. 청와대는 “검찰과 법무부, 국회가 각자 할 일을 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강변하지만 정기국회 파행과 공전은 불보듯 뻔하다.

답답한 것은 여권 핵심부가 조국 카드 강행에 따른 정국 후폭풍과 국민 분열상을 고심하면서도 총선이 눈앞에 어른거리자 결국 진영 이기주의로 되돌아간 점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 이번 추석은 등돌린 민심과 마주하며 총체적 혼란에 빠진 정국을 추스르는 성찰과 쇄신의 시간이 돼야 한다. 고민과 전략 없이 일일 대응에 급급한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여권의 ‘촛불성채’가 무너지는데도 야권 지지세가 바닥인 이유를 추석 연휴동안 제대로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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