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서산갯마을의 숨겨진 보물, 가로림만 웅도와 황금산 코끼리 바위
서산 서북쪽 끝 황금산 뒤편 바닷가의 코끼리 바위. 해질 무렵이면 바위 절벽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서산=최흥수 기자

인터넷 지도에서 ‘서산갯마을’을 검색하면 서산 시내 1곳을 비롯해 전국의 음식점 목록이 주르륵 나열된다. 서산갯마을이 이처럼 널리 통용되는 데 가장 큰 공은 가로림만 갯벌에 있다. 가로림만은 96.03㎢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20배가 넘는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개벌일 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도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썰물 때면 서산 대산읍과 태안 이원면 사이 바다 전체가 광활한 갯벌로 변한다. 진한 회색 빛 뻘이 끝없이 펼쳐져 과연 이곳이 바다일까,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웅도 주민들이 드넓은 가로림만 갯벌에서 작업을 마치고 귀환하고 있다.
서산과 태안 사이 가로림만 갯벌. 웅도 주민들이 작업을 마치고 귀환하고 있다.

가로림만 동쪽 귀퉁이 서산 대산읍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웅도라는 섬이 있다. 가로림만에서 가장 큰 섬이다. 만조 때만 물에 잠기는 잠수교로 연결돼 있어 배를 탈 필요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하루 중 8시간만 섬이다. 웅도는 ‘아빠 어디가’ ‘불타는 청춘’ ‘한국인의 밥상’ 등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번 소개됐지만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웅도의 가장 큰 매력은 맨손 어업 체험이다. 장화와 호미, 조개를 담을 수 있는 그물망을 빌려 트럭을 타고 물 빠진 바다를 약 1km 질주하면 체험장에 닿는다. 장화를 신었다고 맘대로 갯벌을 휘저었다가는 무릎까지 빠져 꼼짝달싹 못하고 갇힐 수도 있다. 꼭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해야 한다. 낙지 구덩이에 빠져 휘청대다가 작업하는 주민에게 기어이 한 소리 들었다. “죽기야 하겄시유, 뭐 잠시 까무러치겄쥬.”

가로림만 웅도의 바지락 캐기 체험.
아무리 손놀림이 둔한 사람도 10분 정도면 망태 하나 그득 담을 수 있는 황금어장이다.
웅도는 서산 대산읍에서 만조 때면 물에 잠기는 잠수교로 연결돼 있다.

사실 땡볕에서 뻘 흙을 뒤지는 일이 고역일수도 있는데, 이곳에선 호미질을 할 때마다 허탕치는 일이 없어 초보자도 힘든 줄 모른다. 10분 정도만 뒤적이면 준비해간 망태에 바지락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체험객은 바지락으로 만족하지만 주민들에겐 굴, 낙지, 주꾸미도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이다. 특히 생굴은 산지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서산 어리굴젓이 전국적으로 유명해도 웅도 주민들은 생굴무침을 최고의 굴요리로 친다. 웅도의 민박집에 묵으면 싱싱한 생굴무침을 맛볼 수 있다. 바지락 캐기 체험 비용은 1인 1만원이다. 웅도에는 아직까지 식당이 없고 갯벌 체험을 빼면 이렇다 할 즐길거리도 부족하다.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는 웅도를 올해 ‘강소형 잠재 관광지’로 선정했다. 송현철 지사장은 “해안탐방로 조성 사업이 마무리되면 갯벌 체험과 함께 웅도 여행이 한결 풍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웅도 북측 대산읍 서쪽 끝자락 독곶리에는 서산의 또 다른 비경이 숨겨져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와 붙어 있는 황금산(156m)을 넘으면 바닷가에 거대한 코끼리 바위가 나타난다. 전국의 수많은 코끼리 바위 중에서도 모양이 가장 그럴싸하다. 황금산은 섬이었지만 주변에 공단을 조성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이름처럼 서쪽 바위절벽에 금을 캤던 2개의 동굴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실제 확인하기는 어렵다. 산 정상에는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당집을 복원해 놓았다.

몽돌해변 가는 길의 옛 집터.
황금산 너머 몽돌해변의 코끼리 모양 조형물.
바다에 코를 박고 있는 모양이 영락없이 코끼리다. 몽돌해변 자갈은 제법 굵은 편이다.

코끼리 바위가 있는 몽돌해변까지는 약 1km 산책로로 연결돼 있는데, 높이와 거리에 비해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정상을 살짝 비켜 해발 100m까지 올랐다가 다시 바닷가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물때를 잘 맞추면 주차장에서 해안을 따라 길이 나기 때문에 산을 넘지 않고도 갈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산등성이에 오르면 동쪽으로는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이 펼쳐진다. 밤에도 불야성을 이룬다고 자랑하지만 여행에는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다. 평온한 겉모습과 달리 공장에서 울리는 소음이 만만치 않다. 대신 능선을 넘으면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만 가득해 완전히 딴 세상이다. 숲 속에 유적처럼 남은 옛 집터를 지나 바닷가에 닿으면 몽돌해변이 나타난다. 몽돌치고는 자갈이 꽤 굵은 편이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해변 전체가 내 것인 양 호젓하게 쉴 수 있다. 코끼리 바위는 해변 오른쪽에 있다. 산 중턱에서 바다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코끼리다. 코끼리 목 부위로 난 언덕길을 넘어가 맞은편 해변에서 보면 그 형상이 더욱 또렷하다.

몽돌해변 맞은편에서 보면 코끼리 모양이 더욱 선명하다.
주변에 날카로운 바위가 떨어져 있어 산책로로는 몽돌해변까지만 갈 수 있다.

주변 절벽에는 날카롭게 잘려나간 바위 조각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아래에는 떨어져 내린 돌들이 험악하게 널려 있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서해에서 비친 오후 햇살이 절벽 전체를 주황색으로 물들인다. 금광이 아니어도 황금산이다.

서산=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