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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보틀팩토리의 '보틀 클럽' 설명. 테이크아웃 할 경우 오른쪽에 비치돼 있는 텀블러 중 원하는 텀블러를 이용할 수 있다. 조소진 기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됐지만 일회용컵 사용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테이크아웃’ 음료는 플라스틱 컵에 담아가더라도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테이크아웃 주문을 해놓고선 플라스틱 컵을 들고 슬쩍 자리에 앉는 얌체족도 적지 않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플라스틱 컵을 아예 치워버리면 된다. 물론 말처럼 실천하기 쉬운 건 아니다. 모두가 이런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이 간단한 해답을 몸소 실천하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테이크아웃 주문을 하면 텀블러를 빌려주거나 컵을 쓰더라도 생분해 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컵을 내주는 식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위해 기꺼이 ‘즐거운 불편함’을 외치는 이들 가게들을 둘러봤다.

 ◇보틀팩토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자리한 카페 ‘보틀팩토리’에선 일회용컵을 아예 볼 수 없다. 대신 테이크 아웃 주문을 했는데 음료를 담아갈 마땅한 용기가 없으면 아예 텀블러를 빌려준다. ‘보틀 클럽’에 이름과 빌려간 텀블러 번호, 방문 날짜만 남기면 된다. 이 카페엔 일회용컵 대신 이렇게 손님에게 빌려줄 텀블러 400여개가 준비돼 있다. 영업 후 카페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가게 바깥엔 반납함도 만들었다. 이 서비스에 대한 손님들 호응은 꽤 큰 편인데,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보틀 클럽 이용자는 100명도 넘어섰다.

다만 이들이 매번 텀블러를 빌려가는 건 아니다. 이 카페를 자주 찾는다는 대학원생 김하연(27)씨는 “처음엔 텀블러를 빌려 썼는데 지금은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며 “보틀팩토리 덕분에 텀블러 사용이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카페를 찾는 이들 중엔 김씨처럼 뒤늦게 텀블러 사용에 눈뜬 이들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게 조금 불편하긴 해도 환경을 위해 이렇게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는 데 대한 뿌듯함이 커서다. 이 카페는 가게 한쪽에 개인 텀블러 세척장도 갖췄는데, 여기서 텀블러를 씻은 뒤 주문한 음료를 텀블러에 받아 가는 손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페 보틀팩토리의 텀블러 세척대. 천연 세정제인 소프넛과 스테인리스 빨대를 씻을 수 있는 도구들이 마련돼 있다. 조소진 기자

이 카페는 플라스틱 컵 외에도 영수증, 일회용 빨대, 물티슈와 같은 일회용품도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혹시 빨대가 필요할 땐 가게에 놓여 있는 스테인리스나 유리로 된 빨대를 쓰면 된다. 지난 7일 취재차 카페를 찾았을 때 어린이 1명만 스테인리스 빨대를 쓰고 있었다. 처음엔 빨대가 없어 불편하다는 손님들도 나중엔 가게에 비치된 유리 빨대 등도 잘 찾지 않는다고 한다.

이 가게에선 매월 첫 번째 토요일 오후마다 특별한 장터가 열린다. 바로 ‘채우장’이다. 판매자들이 직접 만든 식품, 직접 재배한 과일 등을 파는 장터다. 여기엔 다소 유별난 규칙 하나가 있다. 장터를 찾는 손님들은 반드시 다회용 용기를 가져와야 한다. 일반 마트처럼 포장된 물건을 하나씩 사가는 게 아니라, 용기에 원하는 만큼 덜어가고 무게에 따라 값을 치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는 “손님들도 처음엔 용기를 챙겨야 해 조금은 불편해했지만 지금은 채우장에 오기 전에 꼭 용기 소독을 하고 올 정도로 ‘채우장’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고 했다.

카페 여름의 테이크아웃 잔. 차가운 음료의 경우에도 종이컵에 테이크아웃하게끔 돼있다. 뚜껑은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이다. 조소진 기자
 ◇카페여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카페여름도 일회용컵을 전혀 쓰지 않는다. 이 카페는 보틀팩토리를 보고 영감을 받아 ‘제로 웨이스트’에 나섰다. 테이크아웃을 주문하는 손님에겐 생분해 되는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주거나 보틀팩토리처럼 텀블러를 빌려준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일회용 빨대, 플라스틱 홀더 등 일회용품은 일절 제공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특수 종이 홀더,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뚜껑, 빨대를 사용한다. 포장 과정에서 쓰레기가 나오는 걸 막으려고 웬만한 포장 제품은 유리병이나 종이에 담아준다.

한성원 카페여름 대표는 “보틀팩토리를 보고 영감 받아 텀블러 대여를 시작했다”며 “걱정했지만 불편해하는 손님도 없었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 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반납을 하지 않는 손님은 드물고, 오히려 개인 용기를 가져와 원두를 구매하는 손님이 늘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카페 롯지의 그레놀라 소분 모습. 대부분의 손님이 원하는 용기를 가져와 구매해간다. 조소진 기자
 ◇롯지190 

연희동에 있는 ‘롯지190’은 직접 만든 그래놀라(오트밀과 아몬드 등 곡류에 꿀과 시럽을 넣어 만든 가공식품)를 파는 카페로 유명한데, 이곳 역시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 대신 종이컵과 생분해 빨대를 쓰고, 홀더는 아예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놀라는 종이로 만든 지퍼백에 담아 파는데, 손님들 대부분이 자신의 용기를 가져와 담아간다. 강현정 롯지190 대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여행 중 1유로만 내면 컵을 빌리고 아무데서나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며 “이후 비용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조금씩 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실천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잔과 빨대 사용을 ‘거부’하는 보틀팩토리, 카페여름, 롯지190. 이들 가게 모두 처음부터 ‘플라스틱 안 쓰는 카페’에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지속 가능할지 의문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NO 플라스틱’에 앞장서고 있다. 정다운 대표는 “아무런 호응이 없다면 힘들겠지만 지금은 이런 움직임을 반겨주고 함께하려는 손님들이 있어 가능한 것 같다”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뿌듯해하는 모습을 볼 때 작은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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