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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여성 자신감 프로젝트 ‘우아한 미옥씨’ 
'1호 미옥씨' 순남씨의 프로필 사진. 더위가 한창 때 야외 촬영을 해 20,30대 스태프 전원이 지쳤지만 순남씨만 끝까지 쌩쌩한 컨디션을 유지했다는 후문이다. 세컨드투모로우 제공

“이분들은 이번 추석에 명절증후군 없을 것 같은데요?”

답변 끝에 자부심이 묻어난다. 중년 여성들의 자신감 개선 프로젝트 ‘우아한 미옥씨’를 진행하는 박소영, 이정윤, 김지은, 김하니, 김종훈씨 얘기다. 기획, 한복 제작, 홍보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들은 중년 여성을 ‘인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난달 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렸고 목표액을 200%이상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전문 미용사, 사진작가의 도움을 받아 프로필 사진을 찍고 자신의 이야기를 인터뷰 책자로 제작해주는 ‘메이크오버 풀세트’는 수십만원대 가격에도 8명 모집에 140여명이 몰렸다. 명절증후군 없을 것 같다는 “이분”들은 이 행운을 잡은 신청자들. 8명의 인터뷰를 묶은 책자와 한복, 머플러 등을 증정하는 상품도 수백 명이 신청했다. 사진 촬영과 인터뷰는 추석 연휴가 끝난 19~24일 진행된다.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이정윤씨는 “50,60대 여성들의 경험과 능력이 사회적 자산으로 쓰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이분들이 자신감을 갖고 삶에 도전할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아한 미옥씨’ 프로젝트는 50대 이상 중장년의 재취업을 교육해 기업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세컨드 투모로우의 박소영, 이정윤 공동대표 제안으로 시작됐다. 박 대표는 “활발하고 열정적으로 (재취업에) 도전하는 중장년도 많지만 ‘내가 그런 일을 하겠어?’하고 두려워하는 분도 많다. 이때 외모가 바뀌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감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 여성들의 인생 2막을 응원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1호 미옥씨'로 순남씨가 프로필 사진 촬영 전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세컨드투모로우 제공

두 사람은 지난해 한 사회적기업 육성 모임에서 만난 김지은 나빔 대표에게 SOS를 보냈다. 김 대표는 “한복 짓는 어머니의 감각과 기술이 아까워” 다니던 홍보대행사를 그만두고 그 기술을 배워 젊은 감각의 한복 가게를 차렸다. 여기에 ‘사회적기업을 홍보하는 사회적기업’ 미더의 김종훈 대표도 합류했다. 긴 회의 끝에 작금의 50,60대 한국 여성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미옥’을 낙점했고, “50,60대 여성에게 가장 어울리는 키워드는 우아함”(김종훈)이라고 콘셉트를 잡았다. 네 사람의 의기투합에 사회연대은행이 지원금을 쾌척했다.

비용, 인력 여건 상 딱 8명만 진행할 수 있어, 인터뷰를 책자로 발간해 “동년배 여성들께 프로젝트 취지를 전하자”(김지은)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머리손질, 화장, 한복대여까지 ‘풀(full) 착장’은 김지은 대표가 맡았다. 인터뷰 책자 제작은 세컨드투모로우가, 이 과정을 온오프라인으로 알리는 일은 미더가 맡았다.

크라우드펀딩을 모집하기 전인 6월 말에 시험 삼아 ‘1호 미옥’씨의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빔 직원의 어머니가 섭외됐다. “내성적인 엄마가 (촬영, 인터뷰를) 어색해할 것 같다”는 직원의 우려와 달리 1호 미옥씨는 “내 적성을 찾았다”고 말할 만큼 촬영을 즐겼다. 박 대표와 이 대표는 ‘동시대를 사는 50대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같은, 살면서 절대로 자기 부모에게는 묻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을 던졌다. “1호 미옥씨 본명은 순남씨인데, 제일 기억 남는 순간이 딸 낳았을 때였다고 해요. 너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여자라서 얘도 나 같은 고생을 하겠구나 싶었다고 할 때, 울컥 하더라고요. 예전에 저희 엄마가 저 낳았을 때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거든요.”(박소영) 김하니 미더 프로젝트 매니저는 “엄마랑 대화를 많이 하지만 순남씨 인터뷰를 읽으며 50대 삶이 이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았다. 객관적으로 50대를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아한 미옥씨’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일보를 찾은 세컨드 투모로우 박소영(왼쪽부터), 이정윤 공동대표, 나빔 김지은 대표, 김하니 미더 프로젝트 매니저와 김종훈 대표. 하나 같이 “1호 미옥씨의 신난 표정을 보고나서 ‘우리 엄마를 모델로 할 걸’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박형기 인턴기자

펀딩에 성공했고, 여전히 문의전화가 쇄도하지만 이들은 한편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 세 업체 직원들의 인건비를 빼고 사회연대은행의 지원금을 더해 단가를 책정했기 때문에 추가 투자가 없으면 같은 가격으로 두 번 다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김종훈 대표는 “기업체 투자를 기다리지만 프로젝트를 추가로 진행하지 못하더라도 8명의 사례를 통해 자식들이 어머니의 우아한 모습을 생각해보는, 여성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운을 잡은 8명의 ‘미옥씨’ 인터뷰 책자는 10월 10일 발매된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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