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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발표 이후 ‘향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질 것’이란 우려에 기존 아파트들의 가격이 한층 상승세를 타고 있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에 우선적으로 쏠리며 가격이 급등하자, 최근에는 준공 후 10년이 넘은 오래 된 아파트마저도 가격이 꿈틀대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집값 상승의 시발점인 재건축 단지를 억눌러 전반적인 아파트값을 안정시키려 했던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카드가 자칫 무색해 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0년 이상 아파트도 집값 상승 가세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오르며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이른바 ‘신축’으로 불리는 준공 후 5년 이하 아파트였다. 분양가상한제로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서 신축 아파트는 전주 대비 0.05% 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상 준공 후 10년 이상을 지칭하는 ‘구축’ 아파트들도 서울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아파트 역시 오래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입지가 좋거나 생활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는 구축 아파트에는 최근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마지막주 서울의 10~15년과 15~20년차 아파트 가격은 각각 0.03%씩 상승했다.

실제 지난 2002년 준공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37㎡의 경우 지난달 24억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23억6,000만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10년을 넘긴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2008년 준공) 전용 114㎡도 지난달 직전 신고가(작년 9월ㆍ23억6,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높은 25억원에 거래됐다. 대치삼성(2000년 준공) 전용 59㎡ 역시 지난달 15억8,5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한달 전(13억8,000만원)보다 2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강남권뿐만이 아니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 공덕3차(2004년 준공) 114㎡는 지난 7월 13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역시 신기록을 세웠고, 2007년 준공된 용산구 문배동 아크로타워 전용 84㎡도 지난 6월 8억8,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달 중순 10억5,000만원에 계약되며 두 달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 지역 건축연령별 아파트값 변동률. 강준구 기자
 ◇”집값 하락요인 당분간 안 보여” 

이는 분양가상한제 직격탄을 맞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 재건축 대표 단지의 호가가 1억원 이상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카드로 주 타깃이었던 강남권 재건축의 상승세는 일단 잡았지만, 재건축 시장에 몰렸던 매매 수요가 최근에는 신축을 넘어 구축까지 번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신축 가격이 많이 오르자 실수요자들이 좀 더 저렴한 구축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 상황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저금리 기조에 매물도 많지 않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 펼쳐지면서 당분간 전반적으로 집값이 떨어질만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도 “신축의 가격 상승이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이 구축으로 눈을 돌리면서 집값 상승 열기가 시장 전체로 퍼지는 모습”이라며 “주택 공급이 정책 요인으로 막히다 보니 오히려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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