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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협상 재개 조율 난항… WSJ “한일, 中 관세폭탄 최대 피해자”
日 2분기 제조업 설비투자 6.9%↓… 한국 8월 對중국 수출 21% 급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한층 격화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재개 움직임이 여전히 난항을 겪으면서 이들의 힘겨루기가 두 나라 경기 위축을 넘어 글로벌 제조업 활동에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대미ㆍ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의 첨단기술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무역협상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미중 관리들이 이달 중 계획된 협상 일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1일부터 미국이 1,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추가 부과하고, 중국도 1일과 12월 두 차례 나눠 750억달러어치 미국산 상품에 각각 5%, 10% 관세를 매기기로 맞불을 놓으면서 무역전쟁 수위는 최고조에 달한 상황. 여기에 중국 정부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카드까지 내놨다. 당장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는 일이 시급하지만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통신은 각각 협상 범위를 먼저 정하자는 미국과 추가 관세를 미뤄달라는 중국의 요구가 부딪쳐 협상 날짜 조율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일단 미중 모두 협상 자체의 끈을 놓고 있지 않기는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 “우리는 중국과 대화하고 있다”고 했고,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이튿날 “무역 대화 지속을 위한 필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중 지도부의 의지만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의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 이후 경기 위축 조짐이 전 세계 제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관세 폭탄’의 가장 큰 피해자로 한국과 일본의 첨단산업을 지목했다. 가령 중국은 일본의 자동차 부품, 한국의 반도체와 같은 중간재를 사들인 뒤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미국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해당 산업에 연쇄 타격을 주는 식이다. 실제 지지부진한 협상의 악영향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올해 2분기 제조업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6.9% 줄었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감소한 것은 2년 만이다. 한국 역시 1일 발표한 지난달 수출 실적 결과, 대중국 수출이 전년 같은 달 대비 21.3% 급감한 탓에 전체 수출도 13.6% 감소했다. 두 나라뿐 아니라 기계ㆍ장비 분야의 글로벌 공급자인 독일 경제도 1분기 0.4% 성장에 그친 데 이어 2분기에는 아예 마이너스 성장(-0.1%)으로 돌아섰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관세로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한 기업들이 소극적 투자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WSJ가 670개 미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45%는 “대중국 추가관세 부과가 경영 활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과 관세는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라며 “전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추가 위험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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