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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란물유포죄 적용 가능” “음란물 보기엔 부적절” 변호사 의견 엇갈려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의 한 점주가 트위터에 게시해 논란이 된 글들. 트위터 캡처

“어제 1시35분 마지막 배달 XX동 모텔 다 벗고 나오신 분 마음 같았으면 팬티벗고 XX드리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보였다. 젊으신 것 같은데 다음에 또 보자.”

떡볶이 프랜차이즈업체의 한 점주가 지난 7월 배달 중 마주친 여성 고객과 관련해 올린 글이다. 그가 그간 여성 배달 고객을 상대로 한 이 같은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수시로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급기야 본사가 지난 17일 이 지점의 가맹점 폐점을 결정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해당 점주를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 점주를 처벌할 수 있을지를 두고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2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조수진 변호사는 “성폭력특별법 같은 성범죄 관련 법률은 몸에 손을 댔을 때부터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고, 음란한 문헌이나 화상 또는 영상 같은 것을 인터넷이든 SNS든 올려 공공연하게 전시했을 경우 형사 처벌하는 음란물유포죄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백성문 변호사도 “피해 여성이 특정돼 있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특정돼 있지 않아 안 되고, 검토해볼 수 있는 것은 음란물유포죄”라면서도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을 야기할 수 있는 음란물의 개념을 먼저 생각해봐야 하는데 통상 이 죄로 처벌을 할 때 음란물의 개념은 그렇게 넓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사람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뜻이 아니라 처벌의 범위를 확대할수록, 국가 형벌권이 많이 개입할수록 추가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진 않지만 본인의 생각을 몇 줄 올린 것을 음란물의 개념에 포섭시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이 점주의 글을 ‘음란물’로 분류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 금지’ 조항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백 변호사의 의견에 대해 조 변호사는 “음란물유포죄에서 ‘음란’이라는 것을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라 본 판례를 소개하겠다”며 “자기 집에서 편하게 씻고 퇴근 후에 떡볶이를 시켰는데 점주가 배달을 와서 자신을 야동의 주인공처럼 상상했다는 데서 고객들이 느낀 그 수치심이 피해인 것인데, 성적인 수치심을 느낀 사람이 있으니 정보통신망법에서 처벌하는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백 변호사는 “음란한 표현이 음란물로 볼 정도가 돼야 처벌하는 건데 통상적으로 말하는 음란한 표현이라는 것도 사실 표현의 자유 한 범위에 포함된다”며 “적절하지 않다고 해서 처벌하기 시작하면 사람의 생각에 따라 모든 행동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고 누군가를 처벌하는 형법은 정말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점주를 ‘잠재적 범죄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가 최근 SNS에 게시한 글엔 “요즘 부쩍 강간이란 걸 해보고 싶다, 정신차리자”, “배달음식 받을 때 XXX 보여주면 만져달라는 거냐 경찰을 부르겠다는 거냐”, “손님이 샤워하다가 나오셨나 보다, 고개는 푹 숙인 채 눈은 가슴만 쳐다보고 있었다”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자 이 점주는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올려 죄송하다”며 “친구들과 시작한 장난이 이렇게 큰 일을 초래할 줄 생각지도 못 했다”고 해명했다.

조 변호사는 “형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예방적 효과인데 글을 보면 굉장히 위험하고 확산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왜 SNS에 공공연하게 음란물을 올렸을 때 처벌하겠나. ‘배달 간 사람이 이렇게 멀쩡하게 이런 내용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네? 그럼 나도 한 번 이런 상상을 올려볼까?’ 이런 것들이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라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백 변호사는 “잠재적 범죄자란 것은 현재 범죄자는 아니란 뜻”이라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예방적 효과도 중요하지만 형벌이 최후의 수단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보충성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나쁜 놈이라 할 수 있어도 어디까지 처벌해야 되느냐의 문제에 대해 선을 확실히 그어야지 인위적으로 왔다갔다하면 문제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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