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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문제, 학벌과 양극화, 승자독식이 본질
대학은 미래 요구되는 자질로 학생 선발하고,
사회는 무한 실력주의서 상생 신실력주의로
대입제도와 관련된 문제의 뿌리, 대입제도 개혁을 통해 달성할 수 있고 달성해야 할 문제의 핵심 등을 제대로 짚을 때 관련 논쟁은 생산적인 논쟁이 될 것이다. 사진은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이화외고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2학년도 수능이 ‘문ㆍ이과통합’으로 치러진다는 방안이 발표되자 그 효과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수없이 강조해온 것처럼 대입전쟁, 하급학교의 입시준비기관화, 과열과외 및 부모영향력 심화, 학습부담 증가, 객관적 평가 강조 등 대부분 대입 관련 문제는 대입제도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대부분 문제는 학벌에 따른 과도한 보상 차이, 양극화·이원화된 노동시장,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 사회, 극심한 빈부 격차, 빈약한 사회안전망, 사회적 불신 팽배 등의 거대체제와 이러한 체제로 인해 무한경쟁으로 내몰린 개인들의 위기의식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거대체제가 대입제도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하위 교육기관의 제도, 교육 내용, 교수법, 평가 등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대입제도의 영향을 받는 학원, 부모와 학생들의 적응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위 체제를 개혁하거나 아니면 대학을 대체할 더 나은 실력 판단의 잣대를 마련하지 않는 한 대입제도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실력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국가에서 대입경쟁 완화, 학습부담 감소, 사교육비 감소, 부모영향 감소 등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다. 대입제도 개혁이 이러한 외부적인 목적 달성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나는 학습 부담과 고통을 줄이고, 사교육과 부모의 영향력을 줄여 공정한 대입제도가 되도록 하겠다며 수능 시험의 난이도를 낮추고, EBS와 연계하여 수능을 출제하며, 논술과 본고사를 못 치르게 함으로써 고급지식과 역량을 갖추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학습을 한다는데 서울대로부터도 신입생들의 수학 능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더라도 학습 부담이 주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반복학습에 시간을 쏟게 되어 학습 고통은 늘어나고, 젊음의 시간은 낭비된다. 그 결과 미래에 필요한 고급역량은 제대로 기르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예로 들고 있는 핀란드도 대입 전형 요소가 우리만큼 복잡하고, 시험 난이도는 우리보다 높으며, 의대ㆍ법대ㆍ교대의 입시 경쟁은 10 대 1에 이를 정도로 치열하다. 지원자의 고등학교 성적, 대학수학능력시험(yliopilastutkinto), 그리고 대학 본고사 성적이 모두 반영된다. 수능은 주관식 서술형이고, 대학별 본고사에는 난이도가 높은 논술문제가 출제된다.

실력을 기준으로 선발할 경우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유리한 대입제도는 없다. 이들을 위해서는 이들끼리 경쟁하는 별도 전형 비율을 크게 늘리는 것이 방안이다. 가령, 브라질과 인도는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위한 별도전형 비율을 50%까지 높였다. 그 외의 학생들은 제대로 된 실력 잣대를 가지고 선발함으로써 젊음의 시간 동안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 평가에 대한 불신으로 대입에서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 자질, 희생과 봉사정신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학교와 가정에서 관련 역량을 충분히 길러주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 지도자를 배출하는 대학에서는 특히 미래 지도자로서의 자질 평가에 초점을 두고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대입제도와 관련된 문제의 뿌리, 대입제도 개혁을 통해 달성할 수 있고 달성해야 할 문제의 핵심 등을 제대로 짚을 때 관련 논쟁은 생산적인 논쟁이 될 것이다. 약육강식의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고, 홍익인간의 이념에 따라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대입제도 개혁이 핵심을 바로 짚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입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무한경쟁의 악순환에 빠진 실력주의사회를 넘어 상생의 신실력주의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10년 뒤를 목표로 하는 긴 호흡의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사회와 학교, 학부모와 학생이 열린 마음으로 정책 형성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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