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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알고도 방관하는 게 글로벌 기업인가" 반문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8일 경제산업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과 관련해 1건의 허가를 내주었다고 공표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여파로 양국 간 무역뿐 아니라 여행객 감소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일 경제갈등의 장기화에 따른 우려를 언론에 에둘러 밝히고는 있지만, 산업 현장의 우려를 정부와 정치권에 확실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후쿠모토 요코(福本容子) 마이니치(每日)신문 논설위원은 14일 ‘기업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기업 경영자들로부터 한일 양국에 대해 ‘어떻게 좀 해달라’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손타쿠(忖度ㆍ윗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행동함)? 국민 감정이 얽혀있는 역사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업 경영자들이 (실적 발표 등의)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서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이토추상사), “어떠한 영향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도요타자동차) 등의 우려를 밝히고 있다”면서 “그러나 (기업들이) 연대해서 정부나 정치가들을 움직이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개석상에서 언론의 질문을 받을 때에만 ‘우려’를 비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부터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실시한 이후 현재까지 한국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다고 밝힌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다수의 기업들은 언론에 “수출 신청 절차가 복잡해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 “한일갈등이 장기화하면 한국 기업들의 ‘탈 일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등의 원론적인 우려만 언급할 뿐 정부 등에 현장의 우려를 적극 알리는 데는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금 위협 받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노력을 거듭해 지구상에 마련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라며 “어느 국가의 어느 지역에서 누구와 손잡고 무엇을 생산해 어디에 판매하는 게 최적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것(비즈니스 네트워크)이 한줌의 정치가의 야심과 계산, 고집 대결로 산산조각이 날 지경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국경을 초월해 손해를 보는 것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소비자들”이라며 “그것을 알고도 걱정스러워하면서도 방관하는 곳을 글로벌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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