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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빌미로 성악가ㆍ무용수 노려
플라시도 도밍고. AP 연합뉴스

‘세계 3대 테너’(스리 테너)로 꼽히던 세계적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가 일자리를 내세워 30여년 간 최소 9명의 여성들을 성추행해 왔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밍고는 4,000회가 넘는 공연에서 150여개의 역할을 소화하며 세계적 오페라 성악가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호세 카레라스와 루치아노 파바노티와 함께 스리 테너로 불리며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도밍고 콩쿠르’로 알려진 권위있는 성악 콩쿠르 오페랄리아 콩쿠르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AP에 따르면 도밍고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9명의 여성 중 8명은 오페라 가수, 1명은 무용수다. 이들은 도밍고가 지난 30년간 자신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입맞추거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9명의 피해자 중 7명은 도밍고의 성적 요구를 거절한 게 경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고, 이 중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했다고 밝혔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성추행을 폭로한 소프라노 퍼트리샤 울프가 1998년 자신과 플라시도 도밍고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소프라노 퍼트리샤 울프(61)는 피해 여성 중 유일하게 실명을 공개했다. 울프는 1998년 워싱턴 오페라에서 경력을 시작했는데, 도밍고는 워싱턴 오페라에서 1996~2003년 예술감독을, 2003~2011년 총감독을 역임하는 등 영향력이 막강했다. 울프는 ”내가 무대에서 내려올 때마다 도밍고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오늘밤 집에 가야 해?’라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AP가 접촉한 울프의 전 동료는 울프가 당시 불안해했으며 혼자 차까지 가기 무서워해 자신이 데려다 주곤 했다고 밝혔다.

한 여성은 ‘코치를 해준다’는 말에 도밍고를 찾았다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빌트모어 호텔에서 두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했고, 또 다른 여성은 1998년 도밍고가 LA오페라 예술감독이 됐을 당시 작품 리허설 이후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AP 보도가 나오자 도밍고는 성명을 통해 “익명의 개인들이 30년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혐의를 제기하는 건 매우 골치 아픈 일이며 부정확하다”며 “얼마나 오래된 일이고 내 진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와 관계없이, 내가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했다는 게 마음 아프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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