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박지원 “민주당과 경쟁해 존재감 키우면 인재 몰릴 것”

입력
2019.08.14 04:40
8면
구독

“탈당 10명 의원 모두 앞장서지 않을 것… 실사구시 구현 신당 창당키로”

“문 대통령이 현안 우클릭할 때, 정동영 대표는 더 좌클릭해 이견 컸다”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박지원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탈당 이유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박지원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탈당 이유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탈당한 지금 희망은 아직 없다. 당장 상처 난 사람들 모아서 뭘 하겠느냐. 성급하게 가지 않겠다. 외로워도 갈길 가겠다. 유성엽 임시대표 체제로 신당 창당해서 10명 의원이 다 간결하고 개혁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대안을 내면 된다. 실사구시 자세로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하고 국민들로부터 존재감을 인정받으면 인재는 계속 영입될 것이다.”

‘대안정치연대’ 소속 박지원 의원은 1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탈당한 10명의 의원이 모두 서로 앞장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면서 향후 행보와 관련해 신중한 행보를 예고했다. 박 의원은 “실사구시를 구현하는” 신당 창당 의지를 밝히면서도, 제3지대 구축 등 정개개편을 둘러싼 각종 시나리오에 대해 “현재 당의 실패의 책임, 분당의 책임이 있는 형편에서 우리가 호남의 어느 의원과 연대하고, 바른미래당 누구와 합종연횡하고 이런다는 것은 국민도, 호남에서도 모두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깨끗하게 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박 의원은 인재영입을 위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진보, 중도의 개혁적 성향 인물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함께 할 여건을 만들어야 오지 누가 망하는 집으로 찾아가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탈당과 분열의 이미지가 있는 만큼, (총선까지) 7,8개월 남은 동안 우리가 잘해야 한다”며 “유성엽 대표 체제에 모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분당 책임론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 속에 ‘변화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연신 주장했다. 그는 “평화당을 창당할 때부터 최경환, 김경진, 이용주 의원 등 신선한 인물들을 경쟁시켜 당의 존재감을 키우자고 저와 천정배, 정동영 의원이 모두 합의했다”며 “그 이후로도 비슷한 제안을 꾸준히 했다”고 당이 이런 잠재력을 살려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당의 색깔과 노선에 대한 이견이 탈당의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진보를 표방하려는 정 대표와 의원들의 괴리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현안에서 우클릭할 때, 정 대표는 더 좌클릭을 해서 확실한 진보를 표방하고 총선에서 승리하자고 주장해왔다”며 “이에 대한 이견이 있는데다 정의당과 원내교섭단체 구성만 해도, 이게 추진되면 탈당하겠다는 분들이 있어 그간 중재에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전당대회 결과에 불복했다는 당권파의 주장에 대해 “이 작은 당에서 이념을 가지고 또 싸워야겠나 싶어 가급적 회의를 나가지 않기도 했다”며 “문제가 생길 때만 가서 ‘이러면 안 된다’, ‘너무 좌클릭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정도로 해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당내 정체성의 차이라는 것이 저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만큼의 차이가 아닌 만큼, 서로 논의하고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텐데, 김대중 전 대통령조차 당에 문제가 생기면 물러났던 것이, 지금은 안된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다만 정 대표는 언제고 함께 할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인내하려고 한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이하 인터뷰 전문

-결국 탈당에 강행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다 함께 가야 한다. 그렇지만 정동영 대표 스스로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렇기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 ‘위원장을 공동 추천하자’ 이런 안을 제시했던 거다. 그게 바로 리더십이다. 어찌됐건 16명 의원 중 11명의 의원이 이번에 탈당했으면 (리더십 문제는)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서로 언짢은 표현이 오가고, SNS나 유튜브에서 저를 상당히 공격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차피 함께 갈 사람이라고 생각해 인내하려고 하고 있다. 지나가면 다시 만날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정 대표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그런데 제가 (주도한 게) 아니다. 대안연대의 리더는 유성엽 대표다. 그리고 인재영입만 해도 유성엽 천정배 장병완 박지원이 함께 뛰고 있다. 왜 저를 과대평가하는지 모르겠다.”

-원로라서 아니겠나. 정 대표는 박 의원으로부터 공천권을 요구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과거에도 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시절에도 김성식 김관영, 당대표, 원내대표에게 물려주고 뒤로 물러서자는 제안을 해왔다. 이번에 평화당을 창당하면서도 최경환, 김경진, 이용주 의원을 경쟁시키거나, 김경진 의원을 대표로 추대하자는 합의를 천정배, 정동영 의원과 다 했었다. 정 대표가 본인이 하겠다고 해서 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대한 거다. 희망버스 이미지로 하면 안 된다고. 지방선거 때도 그렇고 초선 의원들에 두루 역할을 줄 기회가 있었는데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인터넷뱅크 등 우클릭을 하니 정 대표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 더 선명한 진보정책, 즉 좌클릭을 해서 총선 승리와 집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게 무슨 소리냐. 지금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지, 왜 베네주엘라 비행기를 타려고 하냐. 경제를 가지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김대중 대통령도 중도개혁이었다’라고 한 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가 이념투쟁하고 이 작은 당에서 또 싸우면 되겠다 싶어서 내가 가급적 회의에 안 나가기 시작했다. 회의에 나가더라도 발언을 자제했다. 지나친 좌클릭을 할 때 가끔 ‘이러면 안 된다’고만 했다.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서도 이견이 컸나.

“정의당과 원내교섭단체를 하면 탈당하겠다는 분들이 있었다. 저는 이런 분들이 탈당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교섭단체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잡을 수 있는 거다. 이 분들이 탈당을 하면 어차피 구성을 할 수가 없다. 또 입장 이야기가 나오는 무소속 중에도 정 대표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안 된 거다.”

-노선에 대한 이견이 결정타였다고 보나.

“사실 그게 저하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만큼의 차이는 아니지 않나. 똑같을 순 없어도 비슷하다고 본다. 정체성이 어떻게 똑같겠나. 부부도 다른데. 단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없었던 리더십의 문제다. 우리는 다 내려놓고 젊고 역동적인 분을 영입하던지 경륜이 있는 분을 모시던지 해야 한다고 본거다. 지금 당에 누가 들어오겠나, 그러니 그런 분을 비례 1번이나 2번을 모시자는 얘길 한 거다.”

-당권투쟁이라는 게 당권파 입장이다.

“공약했던 지지율 10%는 어디로 갔겠나. 잘했으면 이렇게 나왔겠나. 지금 줄기차게 이어지는 1~3% 가지고는 호남에서, 전국에서 이길 수가 없다. 정치는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존재감이 없었지 않았나. 이슈를 만들어내고 해야 한다. 그만큼 노력하고 이끌어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엔 리더십 문제라는 건가.

“그렇다. 과거의 정당, 당수, 총재, 대표들은 다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천하의 DJ도 물러났다. 지금 그게 안되고 있는 것 아닌가.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선거가 7,8개월 남았는데 아직도 지지율 0.4%에서 3%라는 게 말이 되나.”

-존재감도 좋지만 ‘탈당’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차갑다.

“그렇다. 우리가 탈당을 했고 이것도 몇 번이다. 저도 국민한테 당원한테 목포 시민한테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지금 이대로는 안되기 때문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지도자를 수혈받고 그분에게 권한을 줘서 활력을 넣자는 것이었다. 저는 광주와 목포를 매달 2,3번 내려간다. 광주는 한국 정치의 풍항계, 호남민심의 바로미터다. 광주의 민심은 이거다. ‘문재인 대통령을 성공시켜라’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진보개혁정권의 정권재창출에 호남이 주도적 역할을 하라’, 예전엔 ‘호남대통령 내라’ 였는데 이건 이제 안 한다. 우리에게 실망했나보다.”

-탈당 회견에서는 양당 기득권 극복을 다짐했는데.

“우리는 학자도, 언론인도, 사상가도, 철학자도 아니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따라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유권자가 무엇을 바라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제3지대 구축에 대한 구상은.

“그렇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 이대로는 안되니 우리가 아주 간결하게 개혁적으로, 모든 현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면 우리를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왜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가, 왜 북한이 문 대통령이나 우리 정부를 막말로 비난하는가, 지금 아무도 이야기를 못하는 데 제가 하지 않나. 대북 문제, 경제 문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탈원전 등에 지금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여기에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된다. 우리는 이미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배로 치면 항공모함이다. 그러면 경제정책도 탄력적, 점진적으로 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고무보트처럼 홱 돌다가 빠져버린 것 아니겠나. 탄력적, 점진적으로 해야지 혁명적으로 하니 자꾸 어려워지지 않냐는 것을 자꾸 이야기하고 정책도 내겠다는 거다. 대북문제도 문재인 대통령이 다 잘하지만, ‘선미후북’해야지 왜 ‘선북후미’하나. 이게 문제가 되는 거다.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된다.”

-신당이 과거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 당과는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

“안철수 대표는 보수인데 대통령이 되려고 진보로 위장취업 했다가 실패하니 다시 보수로 가는 분이다. 우리는 이념을 딱 구분할 필요는 없다. 실사구시하면 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제일 좋아하는 말이 실사구시다.”

-영입 거론되는 인사는.

“우리가 (여건을) 만들어야 오지 지금 누가 오겠나. 누가 망하는 집으로 찾아가나. 백로가 까마귀 노는 데는 가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너무 열악하다. 어떻든 탈당, 분열 이미지가 있다. 우리가 잘 해야 한다. 아직 (총선까지) 7,8개월의 시간이 있다. 신당을 창당하고 유성엽 대표 체제로 가면 된다. 10명 의원도 다 서로 앞장서지 않는다고 선언을 했다. 옛날처럼 안 한다고 했다가 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지도자는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어떤 인물 검토하나.

“세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예수나 땅에서 솟는 부처님 같은 분을 요구하지만, 인물이 그렇게 떨어지진 않는다. 우리가 만약에 초선 의원을 앞세워서 1년 반 당대표를 했다면, 능력도 실력도 있는 분들이 지금 어떻게 돼 있을까. 안타깝다. 어쨌거나 우리 형편이 이런데 실패의 책임이 있다. 분당의 책임도 있고. 앞으로 좋다는 희망은 아직 없다. 아직도 아무런 무지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간결하게, 개혁하고 국민께 대안을 내자.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존재감을 얻자. 그러면 인재도 계속 영입될 것이다. 진보 중도 개혁 성향의 인사가 올 수 있을 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소통은.

“그전에는 얘기했지만 지금은 안 한다. 본인이 결정할 문제 아닌가. 지금은 상처난 사람끼리 모여서 뭘 하겠나. 우리는 성급하게 하지 말자. 외로워도 우리 길을 가자. 그리고 민주당과 경쟁을 하자. 그런 생각이다. 유성엽 대표가 굉장히 잘 하고 있다.”

※ 한국일보는 해당 사안에 대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인터뷰도 동시에 게재합니다. 기사는 한국일보 홈페이지(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