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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에 대하여’ 출간한 서경식ㆍ다카하시 데쓰야 교수
일본의 식민주의 본성을 해부한 대담집 ‘책임에 대하여’의 공동저자인 서경식(68ㆍ왼쪽) 도쿄게이자이대 교수와 다카하시 데쓰야(63) 도쿄대 대학원 교수가 12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일본의 노년 세대 중에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731 부대’(비인간적 생체실험을 자행한 부대)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전쟁 범죄에 대해 모르는 게 아니다. 외면한 거다. 무의식 속에서 이를 정당화하려는 식민주의적 심성이 문제다.”(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현대법학부 교수)

“일본은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취득한 적이 없다. 반(反)민주적인 아베 신조 정권을 뒤집거나 바꿀 수 있는 힘이 약한 배경이다.”(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교수)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서경식 교수와 다카하시 교수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 갈등을 타개하기 위해서 “일본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지 않고선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갈등만 반복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12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책임에 대하여’ 기자간담회 내내 “일본 국민들의 (그릇된) 사상과 과거사 인식 청산 없이 화해는 요원하다”며 일본 시민의 각성을 촉구했다. ‘책임에 대하여’는 두 사람이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현대 일본의 본성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한 내용을 정리한 ‘양심 대담집’이다.

두 사람은 일본의 민주주의를 허상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1945년 패전 이후 미국에 의해 강요된 제도였다. 식민주의, 군국주의, 제국주의라는 일본의 본성은 민주주의로 도금됐을 뿐, 그대로 잠복해 있었다. 껍질은 금세 벗겨졌다. 폭주하는 우경화 현상은 그 증거다. 서 교수는 “일본 국민들은 메이지 유신 이후 100년 이상 걸쳐 형성된 식민주의적 본성을 정당화했다. 과거를 외면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억압해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일본의 교육과 미디어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나이가 어릴수록 일본과 미국이 전쟁을 벌였다는 사실도 모를 만큼 역사 교육의 공백이 매우 크다”며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는 미디어도 문제다. 미디어에 종사하는 위 세대는 아베 정권에 포섭됐고, 아래 세대는 전쟁의 참상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무시하고 넘기는 심성을 극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서 두 사람은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을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민지배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완전 협정이란 것이다.

두 사람은 과거사 극복 문제는 한일 양국의 차원을 뛰어넘은 세계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건 세계적 흐름”이라고 국가가 자행한 전쟁 범죄에 대한 개인의 피해 구제를 강조했다. 서 교수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적 성찰과 극복은 전 인류적, 전 세계적 문제의 일환”이라며 일본 정부와 시민들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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