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환율 전쟁’ 숨 고르기 돌입했지만… 장기전 조짐

입력
2019.08.07 17:46
수정
2019.08.08 00: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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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안정 조치에 美증시 반등… 트럼프 “美 유리한 위치” … 中 농산물 수입 다변화 대비

6일 뉴욕 증권 거래소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6일 뉴욕 증권 거래소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간 환율 전쟁 우려로 폭락했던 미국 뉴욕 증시가 6일(현지시간) 반등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중국이 이날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반발하면서도 위안화 안정 조치를 내놓아 시장의 우려가 다소 진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간 무역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높지 않아 미중 갈등이 살얼음판 위에서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반대 성명을 내며 반발하면서도 14일 홍콩에서 중앙은행증권을 300억위안어치 발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단기채권인 중앙은행증권이 홍콩에서 발행되면 현지의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절상을 유도할 수 있다. 위안화 가치 급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로버트 카넬 ING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에 “정기적인 발행의 하나이지만, 그 양이 만기 채권을 대체하는 수준 보다 훨씬 커 단기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부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역외 시장에서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 거래되긴 했으나 전날보다는 다소 떨어져 위안화 가치 급락세는 멈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가 나타나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치솟았던 전날의 환율 전쟁 공포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도 중국에 대화 메시지를 보내며 협상 분위기를 띄웠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 방송에 출연해 "현실은 우리가 협상을 원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9월에 중국 협상팀이 오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관세와 관련한 것이 변경될 수 있다”고 말해 협상 추이에 따라 관세 일부를 완화할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미중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9월 워싱턴DC에서의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시장의 동요를 안정시키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무역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을 이어가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중국과 세계 각지로부터 거대한 양의 자금이 안전과 투자, 이자율을 이유로 미국에 쏟아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내년에도 농민들에 대한 지원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농산물 구매 중단 조치를 취하는 데 대해 지지기반인 농민층 지원 의지를 보이며 중국과의 장기전 모드를 보인 것이다.

중국은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다음날인 7일에도 충동적인 반격을 삼갔다. 말로는 “거짓말쟁이의 악랄한 정치공작”이라고 퍼부었지만 농산물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차분하게 장기전에 대비하며 대미 전선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했다.

위안화 환율은 이틀째 올랐다. 인위적인 평가 절상으로 미국의 엄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기준환율을 달러당 6.9996위안으로 고시해 전날보다 위안화 가치가 0.45% 더 떨어졌다.

대미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조치에는 발 빠르게 나섰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5일 4,431톤의 러시아 대두 수입을 승인했고, 미국에서 90% 들여오던 옥수수는 이제 우크라이나 등 다른 국가로 상당수 공급선을 돌렸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웹사이트를 통해 “환율조작국 지정은 무역갈등을 키우는 악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미국은 국제규칙을 공공연히 짓밟아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다”며 “중국은 환율을 무역전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관영 인민일보는 “거짓말은 1,000 번을 해도 거짓말”이라면서 “중국이 위협이라는 중상모략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을 희생양으로 몰아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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