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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영장실질 심사에 따라 구속되는 사유는 형사소송법 70조(구속의 사유)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피고인에게 일정한 주거가 없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한해 구속 영장이 발부된다.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등도 고려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재판부가 유죄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은 수사 또는 재판의 절차일 뿐인데도 구속되는 피의자를 ‘범법자’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형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원칙에도 어긋난다. 실제 구속 피고인이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어 ‘구속=유죄’라는 식의 단정은 위험하다. 법원 관계자는 “구속은 단지 수사 중인 사건에서 피의자가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거나 도망가 마땅한 죗값을 치르지 못하는 등의 상황을 막기 위해 신병을 확보해놓는 형사법 절차에 불과하다”며 과잉 해석을 경계했다.

인신을 구속하는 영장의 위력이 워낙 크다 보니 법원 안팎에는 이처럼 구속영장을 둘러싼 오해가 적지 않다. 특히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제도가 정착된 뒤로 구속의 전권을 쥐고 있는 영장전담 재판부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구속영장 심사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법칙이 적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관련 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에 어김없이 제기되는 의혹이다. 하지만 영장전담 판사들은 “영장 재판은 전적으로 구속 사유에 대한 판단”이라고 항변한다.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는 ‘전과가 없거나 이미 검찰 수사단계에서 관련 증거가 다 수집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거주지가 명확해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판단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구속영장 발부에 상급법원이나 고위 법관들이 간여하고 있다는 의심도 적지 않다. 이 또한 오해에 불과하다는 게 영장을 전담했던 판사들의 설명이다. 영장이 청구되면 해당 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에게 ‘청구 사실’ 자체는 보고되지만 이후 결론을 내릴 때까진 외부에서 전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영장을 맡았던 한 판사는 “법리적으로 따져서 구속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판단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에 외부 요인은 판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에서 영장 결과가 늦어지는 경우와 관련해서도 이런 저런 뒷말이 적지 않다. ‘재판부가 고심한 척하려 일부러 늦게 결과를 낸다’는 그럴 듯한 추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장전담 판사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한다. 지방법원에서 영장을 맡았던 한 판사는 “순서대로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중요 사건이 뒤로 밀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중요한 사건일수록 판단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심사숙고하다 보면 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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