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늘린다고 ‘북한판 이스칸데르’ 막을 수 있나

입력
2019.07.29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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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23 실전배치 임박… 탐지ㆍ요격 어려워 전력 보강만으론 방어 한계 “정확한 분석 시간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 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 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장착된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 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 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장착된 모습. 연합뉴스

워낙 순식간에 날아오기 때문에 그렇잖아도 방어하기 힘든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막아내기가 더 힘들어지게 됐다. 비행 궤적을 가늠하기 어려운 신종 탄도미사일 ‘KN-23’의 실전 배치를 북한이 목전에 두면서다. 방어 체계 보완을 위해 군은 전력 보강부터 서두르는 기색이다. 하지만 묻지마 식 예산 투입이 아니라 면밀한 분석을 통한 새 무기 특성 파악이 더 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8일 군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25일 발사한 두 발의 KN-23은 50여㎞의 일정한 고도를 유지했고 비행 거리도 600㎞로 같았다. 통상 탄도미사일이 600㎞ 거리를 날아갈 때는 150㎞ 높이까지 치솟았다 하강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KN-23처럼 최대 비행 고도가 50여㎞에 불과할 경우 레이더로 조기 탐지하기가 어렵다. 지구는 곡면인데 레이더 전파는 직진하기 때문이다.

하강 단계에서의 저고도 활강도 이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비행 특성이다. 이 신종 미사일은 20㎞ 높이에서 대기를 이용해 항공기처럼 수평으로 활강 비행을 하다 탄착 지점 근처에서 ‘풀업(pull-up) 기동’(목표물에 내리 꽂히기 직전 급상승하는 비행 형태)을 한 뒤 80~90도의 고각으로 고속 하강했다. 이처럼 불규칙한 비행 패턴이 기본인 데다 비행 종말(終末) 단계에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 요격을 피하는 ‘회피 기동’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한반도에 배치돼 있는 한미의 요격용 미사일로는 북한 이스칸데르를 잡아내기가 어렵다는 게 군과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속도가 음속의 10배(마하 10)까지 빨라지는 급하강 때 요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활강에 진입하기 전이나 활강 단계에서 적 미사일을 쏴 떨어뜨려야 하는데, 요격 고도가 40~150㎞인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맞히기에는 이스칸데르의 비행 고도가 전반적으로 너무 낮다. 한미 양국 군이 갖고 있는 패트리엇(PAC-3)은 요격 고도가 15~20㎞로 이스칸데르의 활강 고도와 비슷하지만 회피 기동하는 이스칸데르를 요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 당국의 대책은 현재 추진 중인 감시ㆍ추적ㆍ탐지 체계와 요격 체계의 전력화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이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우선 군은 2024년까지 1조 2,214억원을 투입해 영상레이더(SAR)ㆍ전자광학(EO)ㆍ적외선(IR) 정찰 위성 5기를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위성 수백 개를 동원해도 북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의 동향을 사각 지대 없이 미리 포착하기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군은 또 탄도탄 요격용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철매-Ⅱ 성능 개량, 이지스함용 대공미사일 도입 등을 국방 예산 우선 배정 대상 사업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지스함용 미사일 SM-3는 요격 고도(500㎞)가 대기권 밖이어서 이스칸데르 요격과는 무관하다.

‘물 들어오니 노 젓는’ 식 전력 보강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제언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북 이스칸데르를 요격하기 위해 어떤 무기가 필요한지 알 수 없는 만큼 성급하게 무기 도입부터 추진할 게 아니라 정확한 분석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털어놓고 다양한 형태로 기동하는 변형ㆍ유사 탄도미사일에 대한 연구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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