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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채용 비율 확대가 불편한 남성들
여성 배제, 미래 위해 바람직하지 않아
성비균형 될 때까지 여성 채용 확대를
교육부는 지난 6월 국ㆍ공립대 여성 교수 비율을 현재 16%에서 2022년 18%, 장기적으로는 사립대 수준인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성 기자

지난 6월, 교육부는 2017년 현재 16.4%이던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을 장기적으로 25%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특정 전문직종 신규 채용시 여성 비율 하한선을 제시해 여성 비율을 높이려는 정부의 시도에 대한 입직 전 남성들의 심리적 저항감은 상당하다. 실력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아주 높던 법조인과 의사도 2017년 기준 여성 비율이 각각 26.1%와 25.4%로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보다 상당히 높다. 4급 이상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13.2%로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보다 낮다.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이 아주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통해 남성들끼리 신규 채용 과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올드 보이즈 카르텔’ 현상을 들기도 한다. 남성들이 사랑하는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딸도 모두 여성인데 왜 남성들은 직장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태도와 행동을 보일까?

독일의 한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를 뽑는데 지원자 중에 뛰어난 여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남성이 뽑혔다. 선발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성 편견을 극복하도록 연주자가 커튼을 치고 연주를 하도록 했다. 그래도 역시 남성 연주자가 더 많이 선발되었다. 고민하다가 무대 바닥에 두꺼운 카펫을 깔도록 하는 추가 조치를 취했다. 여성 연주자가 입장할 때 또각또각 들려오는 힐 굽 소리가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경계심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 이후부터는 선발 인원 중 남녀 비율이 비슷해졌다고 한다. 이 예는 잠재의식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올드 보이즈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는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전문 직종 남성들의 머릿속에 여성에 대한 편견이 이렇게 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틀을 가지고 집단 구성원을 이해한다. 이 틀은 정보 인식, 해석, 저장, 그리고 재생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핸(Cohen), 스나이더(Snyder) 등의 다양한 연구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인간이해 틀에 맞아 떨어질 때 제공되는 정보를 더 잘 인지하고 기억하며 재생해 낸다. 그러다보니 인간이해의 틀은 개인의 신념, 즉 편견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가령 육아, 자녀 교육, 혹은 다른 이유를 들어 대학 평가 등의 대학 업무 및 보직을 기피하는 여교수를 경험하게 되면, 남교수들은 이 경험을 오래 기억한다. 이 과정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올드 보이즈 카르텔’을 강화하게 된다. 역으로 문제 있는 남교수는 잘 인식되지 않고, 기억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인간이해의 틀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존재임을 깨달을 때 각종 편견으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롭게 될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육청 평가에서 여성 관리자 비율이 30%를 넘지 못하면 감점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제는 남성 관리자 비율을 챙겨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20년 이내에 지금과는 반대로 ‘올드 걸즈 카르텔’ 현상이 대두될 수도 있다. 남성들은 늘 게임에 빠져 있고, 자주 지각하며, 맡겨진 일에도 불성실하다며 신규 채용에서 남성을 차별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초중등 교원의 경우는 이미 여성 비율이 60%를 넘어 교단 여성화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전국 교대는 한 성이 특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여 남교사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직종의 특성상 한 성의 비율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가 선호하는 직업에 대해서는 적정 성비 확보를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신규 채용 인원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생물학적ㆍ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우수한 개인이 배제되는 것은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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