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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신동준 기자

감기 등 가벼운 질환에 걸려 동네 의원에 가면 병원 입구부터 형형색색 광고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과거에는 기력 없는 노인들이 찾는 주사에 불과했던 ‘수액주사’ 광고이다. 이제는 온 국민이 접종하는 ‘국민주사’가 된 수액주사. 만성피로나 감기, 숙취해소는 기본이고 간 기능 개선이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이대로 피로에 질 것인가? 활력을 찾을 것인가?’ ‘요즘 건강엔 면역력이 대세!’ 등 투박하지만 결코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문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액주사를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은 소비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유도하는 심리적 전술로, TV홈쇼핑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모두 망설임 없이 제품을 사는데 나만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듯한 심리적 박탈감을 노린 작전이 수액주사 홍보에 적용된 것이다. 비용이 5만원 이상인 주사들이 많아 실손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으면 부담이 크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에 놓인 환자들에게 수액주사의 유혹은 강렬할 수밖에 없다.

수액주사를 권유하는 의사들은 장을 통하지 않고 정맥을 통해 몸 안에 직접 수분과 영양분을 전달해 즉각적으로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극심한 감기몸살로 2주 넘게 고생을 한 필자도 결국 수액주사의 유혹에 빠져 주사를 맞았는데 주사를 맞고 나니 정말 온 몸이 개운했다. 하지만 수액주사의 효과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주사를 맞은 후 2시간 정도 지나니 주사를 맞기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팔을 내밀고 있는 상황은 정리가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효과가 좋다는데 대학병원에서는 수액주사를 놓지 않는지, 얼마나 주사를 맞아야 만성피로, 피부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지, 정말 수액주사를 맞으면 간이 좋아지는지 의료소비자로서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아직까지 수액주사의 효능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수액주사의 효능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하기야 종합 비타민제 복용을 놓고도 ‘먹어야 한다’는 측과 ‘먹을 필요가 없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결국 평소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건강을 챙기는 첩경이라는데 이를 지키는 이들은 많지 않다. 날이 덥다고 에어컨을 틀고 자다가 감기에 걸린 것 같아 동네 의원에 가서 수액주사 한 대 맞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자, 팔순을 넘긴 어머니가 한 말씀 하셨다. “뜨신 밥 먹고 일찍 자라. 쓸데없이 돈 쓰지 말고.” 정말 우리는 마케팅에 현혹돼 쓸데없이 병원에 가서 팔을 내밀고 수액주사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서강헬스커뮤니케이션센터장)

유현재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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