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억 부산저축은행 채권 회수될까… 캄코시티 재판장 “이게 몇번째 재판이요?”

입력
2019.06.27 18:21
수정
2019.06.27 22:4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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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프놈펜 재판 가보니]

“7월 9일까지 합의해서 오세요”… 공넘긴 재판부

전재수 의원 위성백 예보사장 등 한국 관계기관 총출동, 양측 치열한 공방

2013년 이후 선고만 10번가량… “3만8000명 피해 빨리 해결해야”

부산저축은행 캄코시티 채권 약 6,500억원 회수의 분수령이 될 재판이 캄포디아 프놈펜 항소법원에서 열렸다. 재판부 사정으로 지난 14일 열릴 예정이던 재판이 연기돼 열린 것이다. 법정 내부가 가득 차 입구밖에서 재판을 경청하고 있는 관계자 및 현지 기자들. 프놈펜=정민승 특파원
부산저축은행 캄코시티 채권 약 6,500억원 회수의 분수령이 될 재판이 캄포디아 프놈펜 항소법원에서 열렸다. 재판부 사정으로 지난 14일 열릴 예정이던 재판이 연기돼 열린 것이다. 법정 내부가 가득 차 입구밖에서 재판을 경청하고 있는 관계자 및 현지 기자들. 프놈펜=정민승 특파원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캄보디아에 묶여 있는 6,500억원 상당의 채권을 회수하는 데 있어 분수령이 될 재판이 27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렸다. 한국의 관계기관 총출동에 부담을 느낀 듯 지난 14일 갑작스럽게 연기됐다가 이날 다시 열린 탓인지 법정은 더 붐볐고, 양측 공방은 치열했다.

프놈펜 시내 캄보디아 법무부와 항소법원을 연결하는 회랑에는 한국에서 온 전재수 의원, 위성백 예금보험공사(예보) 사장 및 직원과 취재진 등을 취재하기 위한 현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어디 소속이냐’ ’재판 취재 왔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묵묵부답했다. 들어선 법정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경비들이 법정을 지켰다. 사진 촬영이 자유로웠던 14일과 달리 이날은 경비들이 심하게 제지했다.

캄보디아 법무부에서 항소법원 법정으로 연결되는 회랑에서 대기하고 있던 현지 기자들이 전재수 의원 등 한국에서 온 이들을 촬영하고 있다. 프놈펜=정민승 특파원
캄보디아 법무부에서 항소법원 법정으로 연결되는 회랑에서 대기하고 있던 현지 기자들이 전재수 의원 등 한국에서 온 이들을 촬영하고 있다. 프놈펜=정민승 특파원

지난 변론기일 당시 ‘재판 2주 연기’를 통보했던 셍 시부타 수석판사가 이번에도 재판을 이끌었다. 그는 “오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왔다”며 재판 참관인들을 향해 “이게 몇 번째 재판이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작년 3월 캄보디아 대법원이 ‘캄코시티’ 현지 시행사인 월드시티의 이상호 대표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파기 환송한 데 따라 열린 것이다. 2013년 시작된 이후 선고만 10번 가까이 이어지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재판이다. 일각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건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4일에 이어 이날 재판에도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통상 대법원이 판결을 다시 돌려보내 이뤄지는 파기 환송심에선 결과가 뒤집어지는데 이 재판부는 두 차례나 대법원의 뜻을 거슬렀다”며 직접 참관 배경을 밝혔다.

전 의원은 전날 밤 현지에 도착, 이날 오전 한국대사관에서 대책 회의를 갖고 6,500억원 채권 회수를 위해 각 기관별 역할 분담, 정보 공유 등 공조체제 구축,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 구성을 통해 현지 재판에 보다 적극 대응키로 했다.

‘캄코시티’ 사태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캄코시티’ 사태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재판에 참석한 정옥균 부산시 서비스금융과장은 “저축은행 파산으로 피해를 본 3만8,000여명의 피해자들은 여윳돈을 투자한 게 아니라, 그날 그날 번 돈을 은행에다 저축했다 변을 당한 것”이라며 “신용불량자 신세의 피해자들에 하루빨리 돈을 돌려줘야 할 당위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 측은 관련 법정 발언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상대 변호인의 반대의사를 들어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날 변론은 평소보다도 훨씬 긴 3시간가량 이어졌다. 양측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에 갈피를 잡지 못한 재판부는 당사자 간 합의를 종용하며 다음달 9일을 변론기일로 통보했다. 위 사장은 “재판기록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캄코시티는 캄보디아 현지 개발사 ‘월드시티’의 이상호 전 대표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건설을 추진하려던 신도시 사업이다. 하지만 2010년 분양 저조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고, 2012년 3월 부산저축은행은 파산 선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씨의 비협조로 채권은 회수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지분 60%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하는, 지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채권 회수’를 가로막고 있다.

프놈펜=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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