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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궁금해?] 시진핑 북한 방문 막전막후

북한 비핵화 뾰족한 답없는 시진핑 평양방문
한계 분명해도 만남 자체로 미국에 지렛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손을 잡고 맞이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미간 대화가 교착국면인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1일 북한을 방문했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이뤄진 방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부터 비핵화 협상의 고비마다 중국을 찾았지만 정작 시 주석의 답방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28~29일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시점에 방북이 성사된 것이다. 때문에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특히 북중 정상의 만남은 늘 대미 압박카드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한반도 정세 쟁점을 체크하기 위해 본보 외교안보팀과 베이징·도쿄특파원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이번 방북은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급하게 추진된 느낌입니다.

판문점 메아리(메아리)=예상대로 시 주석은 북한의 안보불안 해소 필요성을 거론했어요. 4월 말 북러 정상회담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말과 취지가 같습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엔 간여하지 않겠다는 게 중러의 기본 입장입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다릅니다. 특히 미국과 패권경쟁 중인 중국은 한반도 역학구도 변화에 민감합니다. 북한의 무력과시는 자제시킬 테니 북한 체제안전 보장과 관련한 인센티브를 빨리 제공해 협상복귀의 명분을 만들어주라는 게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한테 해줄 조언일 듯해요. 물론 노골적인 압박은 아닙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수세인 쪽은 중국이기 때문이죠.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북한을 레버리지로 삼겠지만 태도는 유화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쏘맥보다 바이주(쏘바)=‘미쳤나, 이런 판에 북한에 가게.’ 시진핑의 방북 가능성을 놓고 베이징과 서울의 외교소식통이 비슷하게 보인 반응입니다. 트럼프와 맞짱뜨는데 그마저도 판판이 밀리는 상황에서 짚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들리 없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김정은에게 줄 선물이 마땅치 않아요. 20일 회담에서 비핵화 역할론이니 상호소통이니 경제협력이니 온갖 레토릭이 난무했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죠. 기존에 다 나왔던 표현들이에요. 새로울 게 없습니다. 하지만 밤새 진탕 술먹고 들어오면 새벽에 뜨끈하고 매콤한 라면 한 그릇이 댕기듯이 시진핑과 김정은은 그런 끈적한 유대관계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시진핑이 북한에 간다는 자체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오매불망 기다렸던 최대 이슈이기 때문이죠.

[저작권 한국일보]김정은 시진핑 주요 발언_신동준 기자/2019-06-21(한국일보)

마음은 콩밭에(콩밭)=오랫동안 준비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지난해 3월 김정은 위원장의 첫 방중때 시 주석을 초청한 후 1년3개월 만에 이뤄졌고, 북중이 드러내놓고 말은 안했지만 시진핑 방북 준비팀이 지난해 평양을 찾는 등 그 동안 정황들도 포착됐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그 카드를 꺼낸 건 G20 때 만나게 될 트럼프 때문이란 분석이 대체적이죠. 북미 협상의 새로운 중재자나 조력자로서 등판하겠다는건지, 북한의 든든한 뒷배로 있겠다는 점을 공언하기 위한 행보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불나방=14년 만이란 점을 감안할 때 방북기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요.

콩밭=과거 류사오치(劉少奇) 국가주석은 무려 12박 13일 동안 북한을 찾았으니까요.

도렴동 흰둥이=대신 과거 방북이 ‘공식 친선방문’이었던 것과 달리 시 주석의 방북은 그보다 격이 높은 ‘국가방문’, 즉 국빈방문으로 상정됐어요. 기간이 짧지만 중국 최고지도자의 최초 국가 방문이란 기록을 남긴 것이죠. 북중 모두 회담에서 도출할 구체적 메시지보다 만남 자체로 북미, 미중 관계에서 얻을 실익이 있어 기간에 개의치 않았을 겁니다.

쏘바=두 가지 해석이 가능해요. 급조된 회담이라는 것, 또 하나는 오래 있어봐야 뾰족한 답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죠. 순안공항에서 분위기 잡고 카퍼레이드하고 깃발 흔들고 등등 상징적인 몇 가지 장면으로 화려하게 보여주면 그만이죠. 비핵화 짱구를 굴려봐야 트럼프가 굿딜 아니면 노딜이라고 배짱부리는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건가요. 더구나 중국은 1년 넘게 무역협상을 미국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어요. 무역협상이 인수분해라면 비핵화는 미적분입니다. 애당초 답이 나올 수 없는 게임이에요. 그렇다고 북한이 갑자기 경제개혁개방이라도 할건가요. 아니면 중국이 유엔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을 통크게 밀어줄건가요. 다 택도 없는 일이죠. 바꿔 말하면 이처럼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해도 서로가 소기의 성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계산을 끝내고 나선 듯해요.

불나방=청와대가 파악하는 성사배경은 뭔가요. 문재인 대통령이 시 주석한테 북미 중재자 역할을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왔죠.

메아리=북중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크지만 청와대도 시 주석 방북을 바랐다고 합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은 대북 협상 당사자인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숙원에 더 가깝습니다. 제재로 압박하면 언젠가 북한이 양보하지 않겠냐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럴수록 타들어가는 건 문 대통령과 한국민 속입니다. 이러다 동력이 사라져 버리면 다시 재작년 긴장이 되살아나지 못하리란 법이 없죠. 누구면 어떻습니까. 북미가 대화를 재개할 수만 있다면 누가 중재하든 상관없다는 게 청와대 생각일지 모릅니다.

포토아이/ ** 플로리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올랜도의 암웨이 센터에서 2020년 대선 재선캠페인 출정식에 참석Y2019061903124] <YONHAP PHOTO-1946>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 rally at the Amway Center in Orlando, Florida to officially launch his 2020 campaign on June 18, 2019. (Pho

올해는 뚜벅이=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시 주석의 방중 배경에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외교관례상 밝힐 수 없겠지만, 이렇게 자신하는 건 우리 정부가 중국을 설득해 방북을 이끌었다는 게 사실이기 때문일 거라고 봅니다. 보도를 통해 시 주석이 6월에 방한한다는 기사도 나온 적이 있었죠.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방한을 추진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중국을 통해 북한 얘기를 들어보게 한 뒤 G20정상회담을 통해 ‘한중간 현안+시 주석이 듣고 온 김정은 속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게 한중 양국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고구마와 사이다=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론 중국으로부터 적절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G20때 시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 정상회담을 통해 관련정보를 듣겠다는 겁니다. 최근 아베가 김정은과 조건없는 정상회담 개최를 밝힌 만큼 북한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고, 중국과도 작년부터 본격적인 중일관계 개선 무드에 돌입한 상황이죠. 때문에 북한 비핵화 방식에 일본과 달리 단계적 비핵화ㆍ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북중 정상간 만남에 대해 정보수집분석에 주력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죠.

불나방=미중 패권 경쟁과 이번 방북이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쏘바=도박판의 칩을 최대한 끌어모아 상대에게 블러핑하는 상황이죠. 세를 과시하면서. 트럼프는 화웨이 때리고 유럽 끌어들이고 대만도 건드리고 급기야 홍콩까지 들먹이며 중국의 약점을 파고 들었어요. 이에 시진핑은 러시아 푸틴과 손잡고 중앙아시아를 끌어안고 아프리카로 발을 뻗어 나름 영역을 지켰어요. 북한은 미중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최전방이죠. 1주일 뒤 G20에서 두 리더의 내공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을까요. 그간 ‘뻥카’를 날린 쪽은 처절하게 망신당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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