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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제의 고향을 느끼다 '백제향 생생투어'

부여 백제향 생생투어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준호 기자

신록이 우거진 6월 첫 주말 오전 충남 부여군 충남종합관광안내소. 부여군에서 운영하는 4색빛깔 시티투어 가운데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하는 ‘백제향 생생투어’에는 가족과 친구로 구성된 6팀 21명의 관광객이 참가했다.

관광객들은 새 단장하고 첫 시티투어 운행에 나선 버스를 기념하자는 김영혜(64)문화관광해설사의 제안에 따라 버스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뒤 본격적인 투어에 나섰다.

부소산을 오르는 관광객. 이준호 기자

▦부소산성

관광객들은 관광안내소 뒤편 계단을 걸어 올라 시티투어 첫 코스인 부소산성으로 향했다. 부소산성은 사비 백제의 도읍지로 왕궁을 지키던 산성으로 백제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보물창고이다. 부여에서 가장 가 볼만한 곳으로 부여관광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소산은 해발 106m지만 주변이 온통 평지여서 높아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뒷동산 같은 느낌의 포근함을 주고 있다. 평상시에는 백제왕실의 후원 역할을 했지만 전쟁 때에는 사비도성의 최후보루였다. 군창지, 낙화암, 백화정, 사자루, 삼충사, 서복사지, 영일루, 고란사 등 여러 유적과 유물들이 산재해 역사성과 아름다움으로 지니고 있다.

부소산성 입구 부소산문에 도착하니 경력20년의 김영혜 해설사의 맛깔난 설명이 진행됐다.

“백마강과 맞닿은 부소산은 세종실록에 기록이 처음 나오고 ‘부소’는 소나무를 뜻하는 백제시대 언어입니다. 부소산은 소나무가 많은 산이라는 의미죠.” 막힘 없는 설명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낙화암에서 바라본 백마강과 황포돛배. 이준호 기자

관광객들은 백제충신 성충과 흥수 계백의 충절을 기리는 삼충사를 거쳐 반월루에 올라 절경에 취했다. 30분 가까이 산책코스를 걸어 낙화암과 고란사를 향하는 길목에 이르자 두 그루의 소나무 가지가 한 몸이 된 연리지를 바라보며 숨을 돌렸다.

낙화암에 도착해 백마강을 바라보던 관광객들은 백제의 마지막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전설을 생각하며 한동안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낙화암은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 공격으로 백제 사비도성이 함락되었을 때 백제궁녀와 도성의 여인들이 절개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진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국유사는 절벽에서 몸을 던진 모습이 마치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 같았다고 해서 이곳을 낙화암이라 이름 지었다고 기록했다. 절벽에는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이 쓴 낙화암(落花岩) 글씨를 새겼다.

낙화암은 백마강에서 배를 타고 돌아갈 때 더 잘 보인다. 당시 숨진 여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백화정과 백마강 풍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담한 고란사는 관광객을 반기는 또 다른 절경이다. 고란사는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궁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지은 사찰로 전해지고 있다. 절 뒤편 바위에는 고란초가 자생하고 그 틈에서 솟는 샘물을 모아 놓은 고란정이 있다.

고란약수로 불리는 이 물은 한번 마실 때 마다 3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그 옛날 사비의 왕들도 약수를 즐겨 마셨다. 왕들은 물을 떠올 때, 고란사에서 나오는 약수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물에 고란초를 띄우도록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설을 들은 관광객들이 “젊어지겠다” 몇 모금씩 들이키는 모습은 이 곳의 흔한 광경이다.

부소산은 능선이 완만해 천천히 걸어도 2시간 정도면 산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소에도 아이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산책을 즐기기거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다.

서울에서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시티투어에 참가한 정진운(48)씨는 “쉽게 쏙쏙 들어오는 편한 해설과 힘들지 않은 산책길 주변의 역사문화유적을 감상할 수 있어 찾아온 보람이 있다”며 “하루 더 남아서 시티투어에 포함되지 않은 역사유적지를 더 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포돛배에서 바라본 낙화암. 이준호 기자

고란사 관광을 마친 일행은 절벽아래 백마강 황포돛배 유람선 승선장으로 향했다. 황포돛배에 오른 관광객들은 또 한번 백마강과 낙화암절벽의 절경에 취했다. 20분 남짓한 유람선 운행시간은 선장이 틀어준 백마강와 낙화암을 주제로 한 전통가요가 흘러나와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정림사지 5층석탑

정림사지 5층석탑. 이준호 기자

점심을 마친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5분 거리의 정림사지에 도착했다. 정림사지는 백제 성왕이 538년 사비성(부여)으로 도읍을 옮길 때 건축한 백제의 대표적인 사찰로 왕궁 정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절터 한가운데 자리한 정림사지 5층석탑은 높이가 8.33미터로 탑신부에는 모서리마다 기둥을 세워 민흘림기법을 적용해 상승감을 보여주고 있다. 1층 몸돌에는 신라군과 함께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하고 세운 기념탑”이란 글씨를 새겨놓아 한동안 ‘평제탑’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김영혜 문호관광해설사의 정림사지 설명을 듣고 있다. 이준호 기자

정림사지 박물관에는 백제의 불교 수용과정을 보여주는 백제불교문화관, 정림사의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를 알려주는 정림사지관이 있다. 석제문양 퍼즐 맞추기, 유물조각 맞추기, 문양 찍어보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부여군충남국악단과 국립부여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이준호 기자

버스는 다시 10분 거리의 부여군충남국악단 상설공연장으로 내달았다. 1994년 창단한 도립예술단 매주 공연을 펼쳐 시티투어객의 귀를 즐겁게 해줬다. 이날은 경기도살풀이 소리의 경기대감놀이, 풍물의 우도농악설장구놀이, 무용의 포구락(궁중정재)를 무대에 올라 오전 내내 관광에 지친 이들을 피로를 풀어 주었다.

부여박물관내 사비마루에서 열린 작은음악회. 이준호 기자

국립부여박물관은 부여권 백제의 옛 문화를 찾아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문화재는 백제금동대향로다. 용과 봉황, 산과 계곡 그리고 여러 나무와 동물들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백제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다. 1,0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섬세함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궁남지

궁남지와 포룡정. 이준호 기자

궁남지는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인 서동요 전설과 그의 어머니와 탄생에 대한 전설이 깃든 곳이다. 삼국유사에는 ‘사비시대에 왕궁 남쪽 못 가에는 궁궐에서 나와 혼자 사는 여인이 궁남지의 용과 교통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백제 제30대 왕인 무왕 장(璋)이다’라고 기록했다. 또한 향가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가서 서동 도련님을 밤이면 몰래 안고 간다" 며 노래했다.

삼국사기는 ‘백제 무왕 35년(634)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을 상징한 것’이라고 기록했다.

연못의 동쪽 언덕에서 백제 때의 기단석과 초석, 기와조각, 그릇조각 등이 출토되어 근처에 이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못 가운데 섬에 지은 포룡정은 신선사상을 표현하고 있다.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정원이다. 백제의 정원 조경기술은 일본으로 전해줘 백제가 삼국 중에서도 정원을 꾸미는 기술이 가장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궁남지는 7월이면 천만송이 연꽃 향연인 서동연꽃축제가 열린다. 10~11월에는 다양한 작품으로 꾸며진 굿뜨래 국화전시회가 열려 궁남지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현재의 연못은 1967년에 복원한 것으로 원래 자연늪지의 3분의 1 규모이다.

궁남지와 포룡정의 유래와 전설을 듣고 있는 관광객. 이준호 기자

7월부터는 포룡정을 중심으로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천화일화 연꽃판타지쇼’가 선보인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대전에서 친구와 함께 온 이수영(24)씨는 “궁남지의 아름다움에 빠졌다”며 “연꽃이 만개하는 7월에 다시 찾아와 오늘 다 보지 못한 곳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여시티투어는 ‘문화향 싱싱투어’ ‘백제향 생생투어’ ‘연꽃향 이색투어’ ‘사비향 상상투어’로 나누어 계절별로 코스를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매년 3월부터 11월 말까지 토ㆍ일요일 운영하며 요금은 부여군충남종합관광안내소 출발 기준으로 성인은 토요일 1만2,000원, 일요일 1만4,000원이다.

예약신청은 인터넷 부여문화관광홈페이지(tour.buyeo.go.kr 투어버스)와 (041)830-2880.

부여=글ㆍ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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