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팬 '아미'가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에 입장하기 위해 길을 걷고 있다. 런던=강진구 기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 열렸던 지난 1일과 2일, 런던 곳곳은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로 가득했다. 공연장과 월드투어 기념 팝업스토어 인근은 물론, 버킹엄궁 등 유명 관광지에서도 방탄소년단 굿즈(상품)를 자랑스레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유럽의 10대였다. 런던에서 10년 넘게 거주 중인 한국인은 “런던의 유명 음악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인 캐피탈 런던에서 최근 (방탄소년단의 최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종종 틀어준다”며 “영국에서 방탄소년단 위상이 어느 정도 올라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 언론은 방탄소년단이 이룬 성과를 K팝의 성취로 해석한다. 영국 등 서구에서 한국 대중음악이 이들의 성과에 힘입어 주류에 올라섰다는 풀이다. 영국 현지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방탄소년단 성공=K팝 성공’으로 단순화 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껏 유럽에서 오랜 기간 큰 주목을 받은 아시아 팝 음악은 전무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인 열풍을 끌었으나, ‘원 히트 원더’에 그쳤다. 아시아에서 대중음악 시장이 가장 큰 일본 가수들도 수십 년간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지금도 여러 K팝 아이돌이 유럽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방탄소년단 수준의 성과를 거둔 가수는 아직 없다. ‘포스트 방탄소년단’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K팝을 향한 유럽의 관심 또한 어느 순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에게도 영국은 높은 벽이었다. RM(왼쪽 다섯 번째)은 1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에서 “영국 차트에 우리 음악이 올랐을 때 감사했다”며 “우리와 여러분(팬 ‘아미’)은 오늘밤 벽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세계 음악시장을 오래 전부터 호령해 온 영국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영국 음악 산업의 자국 경제 기여 금액은 45억파운드(약 6조7,382억원)에 달한다.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음악 수출국인 셈이다. 비틀스로 대표되는 팝 음악의 역사도 한몫을 하지만, 정부 보조도 무시할 수 없다. 영국 국제무역부는 201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200개 음악 프로젝트에 약 300만파운드(약 44억9,214만원)를 투자했다. 음악 교육과 공연장 등에도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이제껏 대형 스타의 성공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에 비해 이들이 성공을 거둔 이유, 그리고 후속주자 육성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어련히 K팝 산업을 끌어주길 바라는’ 무임승차 심리를 숨기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야 서울의 첫 아레나(대형공연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을 뿐이다. 우리가 모르는 K팝의 위기는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 런던 거리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아미’의 말을 전한다. “방탄소년단은 본받을 수 있는 가수입니다. 예전에는 빅뱅 팬이 많았는데, ‘버닝썬’ 사건으로 다들 떠났어요. 심지어 그 이후로 K팝을 안 듣는 친구도 있습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